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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평점 :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나토 가나에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 사건이 아니라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전개에 우리는 내내 긴장하며 읽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사건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 『꽃 사슬』에는 세 명의 여성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세 명의 주인공은 이름에 눈, 달 꽃을 의미하는 한자를 가지고 있다. 미유키美雪, 사쓰키紗月, 리카梨花가 이들이다. 작품은 이들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외할머니가 병원에 누워 계시고, 자신은 학원이 부도가 나 급여도 받지 못해 돈이 필요한 리카. 외삼촌에서 지내며 외삼촌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다 가즈오를 만나 결혼한 미유키는 가즈오가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했는지, 외삼촌이 시켜서 결혼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
시민회관에서 꽃 그림 강의를 하는 사쓰키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작품속 여성들에게 이들을 이어주는 매개는 꽃이다. 파란 용담, 하얀색, 연보라색, 진보라색의 코스모스,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성주풀이 이들을
이어준다. 그리고 매향당에서 파는 화과자 종류인 단팥이 든 긴쓰바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화사한 색깔을 자랑하는 꽃, 꽃과 긴쓰바에 대한
추억들. 이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이는 K라는 이니셜을 가진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세 여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 주인공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서는 이들이 하나로 엮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책 속의 또다른 주인공을 볼까. 그것은 화가 가사이 미치오의 그림이다. 가사이 미치오의 그림 「미명의 달」은 책 속에서 새로운 건축물로
태어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린 소나무 계곡에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며, 그림을 그렸던 계곡에서 죽은 이를 성주풀로 그려 그곳에 추억을
남겨두기도 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던 각자의 이들이 모두 하나를 이루고 있었음을 책을 읽어갈수록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의 사슬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아는
순간, 이들이 가진 진실, 혹은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생각도 못 한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서, 한 번 사슬을 끊어도 다른 곳에서 연결되어 있나 봐요.
(236페이지)
그렇다.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도 묶여있는 이들이다. 꽃 사슬이 아니어도 어떤 인연으로도 묶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인연, 내 곁에 있는 이들이 있음에 고마워하며 기쁜 감정을 가지는 것. 우리 모두는 꽃 사슬처럼, 어떤 사슬로든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외로울때 어딘가를 가고싶을때 나의 곁에서 나와 즐거움을 함께 하는 친구, 나의 힘의 되어주는 가족. 그외 나와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들이 나의 꽃 사슬이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마움, 기쁨, 즐거움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