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영화가 개봉하는 바람에 영화부터 보게 되었다. 기상천외한 모험과 유머, 풍자가 가득한 내용이었다. 잠깐 지루해 했다가도 100세 노인의 행동에, 같이 따라다니는 인물들을 바라보며 웃을수 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책을 읽어야지 했다가,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작품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부터 읽게 되었다.

 

이 작품 역시 풍자와 유머러스한 내용의 소설이었다. 책을 읽어가며 내가 예상했던 삶을 살아가는 게 아닌 전혀 뜻밖의 삶을 살아가는 여자, 놈베코의 이야기였다. 놈베코의 이야기를 하려면 그녀의 주변 인물을 소개할 수 밖에 없다. 다섯 살때부터 살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부터 스웨덴으로 오기까지의 여정과, 스웨덴에서의 삶이 이어지는데, 놈베코의 삶은 기상천외하다. 이런 일에 진짜로 생긴다면 어떨까. 이런 여자가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할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소웨토(인종분리를 위해 흑인 주거로지로 삼았던 곳)라는 곳에서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는 여자가 어떻게 스웨덴의 국왕과 수상을 만나게 되었을까를 나타내는 여정을 다룬 글인데, 그녀가 지나가는 곳마다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무도 글을 알지 못하리라는 까막눈이들만 있을것 같았던 그곳 소웨토에서 자신만의 셈법으로 셈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는 놀라웠고, 유머스러웠다.

 

까막눈이 여자 놈베코와 필연적으로 엮일 수 밖에 없는 홀레르와 홀레르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홀레르와 홀레르의 이야기를 하려면 그의 아버지 잉마르의 공화주의적인 사상을 아들인 쌍둥이들에게도 주입시키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공화주의적인 사상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넘버1이었고, 넘버2인 홀레르는 아버지의 사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웨토에서 분뇨통을 나르던 여자가 어떻게 해서 오두막을 나왔는지도 흥미로웠다. 옆집 오두막에 살던 남자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집에서 숨겨져 있었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세상밖으로 나왔지만, 나오자마자 백인의 차에 치여 그 죗값을 치루기 위해 7년동안 청소부로 일하려 백인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도망은 꿈도 못꿀 이중 철책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그곳은 핵무기 연구소였다. 청소부로 일하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읽고, 핵무기를 만드는 방법들을 섭렵한다. 돈으로 대학을 졸업한 핵무기 연구소의 백인 남자는 자신보다 지식이 훨씬 뛰어난 흑인 여자에게 의지하게 되는 식이다. 어떻게 핵무기연구소장이 이리 멍청할 수 있단 말인가.

 

 

 

요나스 요나손의 이 작품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보들이었다. 도대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놈베코가 가진 폭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왕이 닭피를 튀겨가며 닭을 잡고, 손을 걷어 부치고 수상이 설거지를 한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요나스 요나손의 책속에서는 벌어지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바보들이 등장하는데, 배운 사람이건 배우지 않은 사람이건 이해할 수 없는 바보들의 원자 폭탄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풍자와 유머로 가득 찬 소설은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읽고 있다보면 저절로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100세 노인이 돈이 가득 든 가방을 가지고 튄 일도 즐거움이듯, 놈베코의 여정을 따라가는 일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