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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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은지 20년이 지났다. 도서관에서 몇 권씩 빌려읽고, 다음 책이 들어오지 않아 애를 태우곤 했었다. 열 권의 책을 다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했던 시간이기도 했던 때. 이제 시간이 꽤 흘렀고, 『태백산맥』의 내용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때 그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허수아비춤』과 『정글만리』였다. 이 책들을 읽고 내가 그동안 『태백산맥』을 잊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들을 말하는 작가, 조정래의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주는 이야기, 『조정래의 시선』이다.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조정래의 민낯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에세이라기보다는 강연과 방송 출연을 하면서 했던 말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말을 하고 나면 흩어져버릴 귀중한 말들을 책으로 한데 엮어 놓은 책을 읽고 있노라니 우리가 생각해야 할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글만리』를 읽어본 사람들은 알리라. 우리가 그동안 중국을 너무 몰랐음을. 물론 사업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알고 있었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그저 중국은 저가 상품을 많이 내는 나라, 우리의 70년대쯤 되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국인들을 무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십 년전의 중국여행에서 내가 느꼈던 중국과는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중국의 위상이 지금 어떻게 되었던가. 갑자기 G2로 등극해버려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작가 조정래의 시선은 명확했다. 우리나라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군사적으로 미국과 얽혀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많은 교역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잘 저울질하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서야 하는지를 말한다. 조정래의 시선은 여느 정치가나 경제학자보다 훨씬 낫다.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지녔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을 세 편이나 쓰는 동안 작가는 두문불출하며 하루에 몇장씩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가르켜 그는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랜시간동안 취재를 바탕으로 글을 썼고, 그는 작품속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했다.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그는 그동안 쓴 작품들의 원고지를 쌓으면 몇 층짜리 건물과 맞먹는다고 한다. 

 

소설은 상상의 소산이되 시대와 무대가 명확하면 거기에 맞는 사실과 진실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허황된 이야기를 황당하게 지껄이다가 독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쓰레기 더미를 생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110페이지) 

 

문학은 그런 척박함에 뿌리내리며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래서 그 꽃은 영원을 향하여 시들지 않습니다. 문학을 하며 호화롭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굶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학의 생명은 영원합니다. 그 확신 위에서 좋은 작품은 탄생하며, 굶주리며 쓴 좋은 작품은 영생을 얻습니다. 문학은 어차피 어느 시대에나 절대다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수가 선택하되, 그 소수가 인간사회를 이끌어갔습니다.. '작가란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다.' 인류적 동의로 주어진 명예입니다.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실존입니다.  (292페이지)

 

 

 

   작가는 한국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장편소설이 전부 1인칭이라는 말을 한다. 1인칭은 '나'를 통해서만 다른 주인공들이 움직이게 된다. 인물들의 자율성이 박탈되고, 소설의 스토리텔링이 허약해지고, 결국은 장편소설이 소설이 되지 못하고 멈춰지게 된다. (213페이지)  작가는 역사를 치열하게 다루는 작품이 없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작가의 문학론, 작가의 인생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오래전에 『태백산맥』을 읽은후에 다시 『태백산맥』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0~50대가 읽어도 좋겠지만, 20~30대가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정글만리』또한 아이들에게도 방학동안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소개시켜 주었다. 아이들이 방학동안 『태백산맥』과 『정글만리』를 펼쳐놓고 읽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래서 좀더 나은 시각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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