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범죄라 하면 법을 어기고 저지른 잘못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내가 직접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의 현상을 우리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혹은 TV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보고 듣는다. 범죄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게 일반적인 우리에게 범죄를 다룬 영화나 책등은 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가령 범죄 영화를 보았을때,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때려죽여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만약 범죄자들이
주인공인 경우 우리는 범죄자의 편이 되어 다치지 않았으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얼마전에 신문에서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있는 짧은 기사를 접했다. 배우 샤론 테이트를 죽인 희대의 살인마 찰슨 맨슨이 한 젊은 여자와 옥중
결혼식을 올린다는 기사였다. 사진을 보기만 해도 끔찍한 인물이었는데, 이런 인물에 열광하고 결혼까지 한다는 기사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간간히 일어나는 것도 같다. 범죄자가 희화화되어 옥중편지를 보내거나 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도 있으니 뭐 할 말은
없다.
이런 것처럼
영화속에서나 소설속에서 범죄자가 주인공인 경우, 우리는 스스로 그 주인공이 되어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목숨을 단칼에
베어도 이 사람은 내가 쫒는 주인공보다 더 나쁜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 원. 김탁환 작가의 신작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책 속의 주인공 나용주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그러했다. 작가 김탁환은 연출가 이원태와 함께 영화같은 소설, 소설같은 영화로
이야기를 만드는 '무블' 시리즈를 기획했고,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는 그 첫 번째 소설이다.
'검을 잡기 전엔 무엇을 하셨는지요?' 라는 질문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현재는 조선 최고의 검계 중의
검계, 검계 중에서도 대두령이다. 사당패에서 탈을 쓰고 줄타기를 하던 자였다. 우연히 사당패의 꼭두쇠에게 검을 배우고, 그로 인해 마포 검계의
막내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마포 검계의 검계로, 무예별감 소속으로 있다가 호암군의 호위무사로, 다시 마포 검계의 대두령이 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