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집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계절이 바뀔때면 여행을 계획한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부터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다녀왔기에 잠시동안의 여행은 일상이 되었다. 전에는 아이들과 많이 다녔다면, 최근엔 바쁜 아이들을 빼고 부부끼리만 다녀오는 여행이 잦아졌다.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심심하기에 여동생네 부부와 혹은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이 훨씬 즐겁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여행에서는 우리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산책을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시간이 좋다.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된다. 닫았던 마음을 활짝 열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기대에 차있다. 나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고, 상대방은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다.

 

여행은 귀한 시간이다. 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여행기간내내 불편함을 느낀다. 어딘가를 갈때도 마음이 맞지 않고, 하물며 여행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음악을 계속 틀어놓는다거나 하면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때도 있다. 그러면 다음 여행을 약속하기에 발걸음을 한 발짝 뒤로 뺄지도 모른다. 가족이 함께 여행해도 불편함을 있을수도 있는데, 가족이 아닌 사람과 여행한다는 건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해야 할 말도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고, 예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등 서로를 배려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타인과의 여행에서 챙겨야 할 점이다.

 

 

마크 해던의 『빨간 집』은 어떻게 보면 동화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인터넷 서점에 '빨간 집'이라고 검색해보면 '빨간'을 치면서 부터, 빨간 머리 앤부터 뜨는 것이 이 책은 동화책처럼 읽히겠다 생각했다. 동화같은 빨간 집에서 일어나는 추리소설이려나,,, 나름대로 상상력을 펼쳤다. 막상 읽어보니 두 가족의 8일간의 여행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았다.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안젤라와 리처드 남매는 자주 왕래하지 않아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리처드는 재혼한 루이자와 루이자의 딸 멜리사와도 친해질 겸 누나인 안젤라의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88마일의 기차여행후 도착한 빨간집에서 8일간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남동생과 누나의 가족이 모였지만, 모두들 어색하다.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를 보살폈던 안젤라는 병원비만 주고 어머니를 간호하지 않았던 리처드에 대해 못내 서운했다. 안젤라의 남편 도미니크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이 지겨워 아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열여덟 살 큰아들 알렉스는 사촌간이 되는 멜리사를 훔쳐보고, 데이지는 종교에 빠져 종교 외의 것들은 인정하려들지 않고, 막내 벤지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과연 이들 여덟 명의 가족들이 빨간집에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아이들이 떠나간 뒤 훗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때 자신의 모습이 늘 혼자라면 이것은 다른 가족, 이를테면 남편과는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일까. 함께 살고 있지만,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사이, 미래의 삶에서 배우자는 없는 삶을 상상한다는 것. 나이 들수록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데, 이런 부부들을 보면 조금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불협화음을 이루는 여덟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쉽지 않다. 남매는 지나간 기억들, 아픈 기억들을 꺼냈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품고 있었던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때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도, 특별한 공간에서는 이해할 일도 생긴다. 대화를 나무며 그동안 마음을 왜 꼭 닫고 있었는지,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봐 질문을 삼켰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터놓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출발할때는 어색한 사이였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조금씩 꺼낸뒤에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나.

 

한 사람의 시점으로만 되어 있는 글은 상대방의 마음이 몹시 궁금한 법인데, 마크 해던은 이 책에서 모두 각자의 시점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썼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달까. 위기속에 있는 가족들, 그럼에도 여행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을 거라 생각되며, 이들 두 가족의 모습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동생네와 겨울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조금씩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적응하는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저 좋은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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