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를 보라. 의미심장하다. 한 여자가 충격에
빠진듯한 표정을 짓고 의자에 앉아 있고, 그 옆자의 등뒤에서 고개를 숙인 한 남자가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마주보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함께 하는 모습이지만 서로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거나 등을 돌리고 있을때 우리는 갈등을 느끼는 것을 알수 있다. 표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심한 갈등을 느끼는 소설이라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처음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읽고 그의 소설에 반하고 그의 신작이 나올때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듯 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만 해도 꽤
되고, 나도 그중의 몇권은 읽었다. 치밀한 구성으로 그의 소설은 늘 긴장감을 유지했고, 소설 읽는 재미를 주었다. 이번 작품은 히피 문화와
베트남반전운동이 활발했던 1966년에서 1970년의 이야기에서부터 부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 젊은 여자와 3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자식
걱정을 해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대학생인 한나. 아버지는 대학교
교수로 베트남 반전시위를 해 유명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자유로운 예술가였다. 유명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힘겨워하고 있을때 댄을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이 엄마가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엄마에게서 탈출하고싶은 생각이 강했었고,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댄이 좋았다.
의사이지만 여러 경험을 해야하는 댄과 함께 시골로 향했고, 그곳에서 한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살지 않은 시골 사람들은
배타적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 알고 지내고 서로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한나는
이제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남편은 정형외과의로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아들은 변호사이며 딸은 펀드매니저로 모두가 성공한 것 같다. 화목하고
안정적인 중산층 가족으로 비춰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들은 종교에 빠져 배타적이고, 딸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진뒤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딸 리지는 유부남과의 실연에 실종이 되고, 한나는 오래전 30년전에 있었던 단 한 번의 외도가 그 남자 저슨의 회고록에 쓰여져
책으로 출판되어 가정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