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를 보라. 의미심장하다. 한 여자가 충격에 빠진듯한 표정을 짓고 의자에 앉아 있고, 그 옆자의 등뒤에서 고개를 숙인 한 남자가 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마주보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함께 하는 모습이지만 서로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거나 등을 돌리고 있을때 우리는 갈등을 느끼는 것을 알수 있다. 표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심한 갈등을 느끼는 소설이라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처음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읽고 그의 소설에 반하고 그의 신작이 나올때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듯 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만 해도 꽤 되고, 나도 그중의 몇권은 읽었다. 치밀한 구성으로 그의 소설은 늘 긴장감을 유지했고, 소설 읽는 재미를 주었다. 이번 작품은 히피 문화와 베트남반전운동이 활발했던 1966년에서 1970년의 이야기에서부터 부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 젊은 여자와 3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자식 걱정을 해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대학생인 한나. 아버지는 대학교 교수로 베트남 반전시위를 해 유명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자유로운 예술가였다. 유명한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힘겨워하고 있을때 댄을 만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이 엄마가 되었다. 자기중심적인 엄마에게서 탈출하고싶은 생각이 강했었고,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댄이 좋았다. 의사이지만 여러 경험을 해야하는 댄과 함께 시골로 향했고, 그곳에서 한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살지 않은 시골 사람들은 배타적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 알고 지내고 서로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한나는 이제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남편은 정형외과의로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아들은 변호사이며 딸은 펀드매니저로 모두가 성공한 것 같다. 화목하고 안정적인 중산층 가족으로 비춰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들은 종교에 빠져 배타적이고, 딸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헤어진뒤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딸 리지는 유부남과의 실연에 실종이 되고, 한나는 오래전 30년전에 있었던 단 한 번의 외도가 그 남자 저슨의 회고록에 쓰여져 책으로 출판되어 가정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졌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와 애써 이루어놓은 성취들이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진다는 걸 깨닫는 순간마다 우리는 몸서리치며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263페이지)

 

 

저슨의 회고록은 사실이 아닌 허구를 담고 있었다. 딸은 실종되어 생사를 알수 없는 마당에 자신의 사건까지 터져 한나는 자신의 집을 들어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웃들의 차가운 냉대와 매스컴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남편 댄 또한 떠나버렸다. 사방에 벽이 생겨버린 한나는 친구 마지의 도움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다. 진실 공방과 가족 또한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한나의 마음이 무척 안타까웠다. 한나의 일들이 우리의 일들처럼 느껴졌던 까닭이다.

 

자식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키워왔지만, 모두들 자신의 삶을 살기에 바쁘다. 내 자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 자식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하고 최선의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으니 더욱 안타까웠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어느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드러낸 더글라스 케네디의 능력에 감탄했다. 남자 작가임에도 여성의 심리나 상황을 아주 잘 그려냈던 것이다. 책을 읽고나서 내가 살아온 삶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현재의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런 일에 나에게 닥쳤을때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대할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저 너머에 또 다른 삶이 있지는 않은지 무수히 넘겨다본 건 사실이야. 그럴때마다 나는 오랜 결혼생활을 한 부부의 장점들을 생각하며 내 선택이 그리 잘못된 건 아니라고 자부했어. 우리의 결혼생활에 뜨거운 열정이나 황홀한 만족은 없었을지 몰라도 안정적이고 일관성이 있었잖어. 우리가 함께한 역사는 결코 가볍지 않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 (45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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