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열 -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이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었는데, 작년에 읽었던 박향 작가의 『에메랄드궁』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모텔이나 호텔이나 격만 조금 다를 뿐,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비슷비슷하구나, 하고 느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스쳐가는 곳. 각자 나름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방문하지만, 그걸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들 또한 있다는 것.

 

이곳에도 사람사는 곳이니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많은 없는 곳이 호텔이란 곳이다. 호텔 로열의 사장이 되면 호텔 로열의 안주인이 되면, 행복하게 해주는 거라고 혹은 행복해 질거라고 생각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많은 러브 호텔이 생기고,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던 호텔들은 조금씩 사양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곳 호텔 로열에도 『에메랄드궁』에서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한다. 호텔 로열을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작소설로 쓴게 『호텔 로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직접 호텔 로열을 경영해 십대때부터 호텔을 청소하는등 호텔 일을 도왔던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경험이 묻어나왔다. 작가는 말한다. 서서히 성에 대해서 알아야 할 시기에 결과부터 알게 되었다는 말을. 그래서인지 작가는 성에 대해 거침없이 묘사하는 소설을 썼다고도 했다.

 

자, 일곱편의 연작 소설들의 내용들을 볼까. 「셔터 찬스」사진 잡지에 투고할 누드 사진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남자친구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스무살 차이나는 주지 스님의 아내가 되어 절을 이끌어나간 이야기인 「금일개업」, 아버지의 호텔 접수처에서 청춘을 보낸 여자와 의부증에 걸린 아내를 둔 사람의 이야기 「쎅군」, 「거품 목욕」에서는 좁은 임대아파트에서 시아버지와 함께 사는 통에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쌤」에서는 부모가 가출해버려 있을데가 없는 여고생과 아내의 불륜때문에 힘들어하는 교사의 이야기가, 「별을 보고 있었어」는 열살 연하의 남편과 살아가며 호텔 로열에서 청소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선물」에서는 호텔 로열을 짓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일곱 편의 작품들은 각자의 작품으로 읽혀지고, 또한 같이 읽혀지기도 한다. 각각의 연작 단편 속의 사람들은 호텔 로열과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 있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들은 애인과 남편과 혹은 절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들에서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기 보다는 그들의 행동에 순응하게 된다. 남편과 관계를 가질 수 없어 호텔 로열에서 거품 목욕을 하며 한 번의 정사를 나누는 부부나, 호텔 청소를 마치고 늦은 퇴근을 한 뒤에서도 열 살 아래의 남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그들의 행동을 가만히 들여다보듯 읽었다. 호텔 로열을 거쳐갔던 사람들은 몰락한 호텔 로열의 모습과도 닮았다. 세상과 마지막 조우를 하듯 호텔 로열을 찾았다. 그들의 모습은 공허해 보였고 어딘지 모를 우울함을 담고 있었다.

 

어딜 가나 우리들의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아무리 행복해보이는 가정도 집안을 들여다보면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어느 것이 위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사쿠라기 시노의 작품, 꽤 괜찮다. 이름을 기억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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