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때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면 안된다. 아무런 편견없이, 사심없이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자기식대로 바라보고, 자기식대로 판단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볼때 느끼는 것처럼, 소설가나 시인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평범한 우리와는 너무 다른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 그래서 우리는 작가가 쓴 에세이를 즐겨 읽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쓴 소설과는 또다른 느낌. 개인의 생각이 소설보다, 시보다 더 드러나기에 더 친근함을 느끼는것 같다. 때로 작가가 쓴 에세이를 바라보며 많은 부분을 교감하는 것, 또는 작가가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김영하의 소설은 몇 편 읽었지만, 산문은 처음으로 만났다. 어떤 작가의 산문은 소설보다는 훨씬 다정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김영하의 산문은 소설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되 감정적으로 드러내는게 아닌 이성적으로 드러낸다는 느낌을 가졌다. 이것 또한 작가의 성향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은 날카롭고 예리하다. 그 예리함과 통찰력에 우리는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이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아르바이트로 영어테이프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느꼈던 일들, 영화 '설국열차' 속의 꼬리칸과 머리칸에 탔던 사람들의 자신의 변명들,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생각들. 영화 '신세계'의 주인공 이자성의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를 빗대어 말하는 것들에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조금씩 굳어지기 마련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굳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꾸 이런 저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책 속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다름을 느끼고, 내 식대로 살면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집만 강해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사람일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중요시하는 경우일 것이다.

 

김영하 작가도 책에서 언급했지만, 영화 '그래비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산소와 물이 없는 무중력 상태인 행성과 행성 사이의 우주 공간에서 혼자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떨까. 어느 누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고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짧은 시간들. 자신을 위해 먼저 우주 공간속으로 날아간 동료를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스톤 박사(샌드라 블럭)의 분투를 바라보았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장면은 아무도 없는 우주공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의 아름다움, 고요한 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작가는 어린 딸을 사고사로 잃고 우주 공간에 와있는 스톤박스의 우울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울증은 사실 죽고싶은 병이라고 할만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이 가야할 지구를 향해 진짜 죽음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했다. 이처럼 김영하의 글에서는 삶의 통찰력이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같은 영화를 봐도 이처럼 통찰력있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보다' 라는 이 책과 더불어 '읽다'와 '말하다'라는 제목의 산문집을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영하 작가가 읽은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강연 이야기를 담은 책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