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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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표지를 자세히 쳐다보니 남자와 여자가 서로 볼을 맞대고 있는 사진이구나. 나는 그저 블루빛이라는 거, 몽환적인 표지라고만 생각했다. 출판사 '달'에서 나온 책들은 모두 감성적인 에세이가 많아 이 책 또한 감성적인 에세이이거니 했다. 일단 사진과 글이 함께 실렸다하니, 저자의 이름도 생소하지만, 출판사가 '달'이라는 것, 표지가 이뻤다는 것 때문에 선택한 책이랄까.

 

 

무작정 책을 구입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이웃분의 글에서 섹스 칼럼을 묶은 책이라는 글에 '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책의 부제를 볼까.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라고 나와있다. 그리고 또 책의 뒷 표지에 보면 진한 다른 색깔로 '사랑은 신체접촉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랑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라고 나와있다. 이웃 분의 말씀처럼 이 책은 섹스 칼럼이다. 어쩌면 아주 짧은 소설로 읽히는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어울린다. 그리고 자기 고백이 들어있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일 것이다.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마음과 몸을 다해 사랑하는 것.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듯 끌리는 사랑, 그 사랑 안에 육체가 없다면 그건 너무 밋밋할지도 모른다. 마음보다 먼저 육체에 끌려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몸이 먼저 만나 시작했고, 그 사람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몸을 잊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의 연인들이 그러하듯, 이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는 어떤 기분들이 붙어 있다. 사진을 찍던 그곳의 날씨와 그 주변의 사람들. 사진을 찍어준 이와 상황들. 어떤 사진에는 우울함이 감돌고 있다. 기억은 간단한 촉매로 불려 일어난다. 때때로 사진에 남은 흔적 속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붙어 있기도 한다. 공감도 계절감도 없는 지나간 증명사진도 기억의 촉매가 된다. (144페이지)

 

사흘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스무번의 관계를 가진후 핼쓱해진 표정으로 여권 사진을 찍고 유학길에 올랐던 남자. 오래전 찍었던 그 여권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그때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을 자주 찍는다. 예쁜 풍경을 바라보았을때, 그때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을때, 기억의 시간들을 멈춘다. 사진속에 담아놓고, 시간이 지난후 들춰보면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추억을 시간들을 갖는 것이다.

 

 

 

동갑인 한 친구와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주려고 모텔에서 콘돔을 하나 챙겨왔다는 내 말에 친구는 놀랬다. 자기는 아직 그런 쪽에 마음을 터놓지 못하겠다고.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와 다르기때문에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좀 보라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성에 대해서 좀 알수 있을거라는 말과 함께. 문득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있으려니 며칠 전에 나눴던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내가 자라왔던 것만을 생각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을 해야하고, 굳어져 있던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않으면 닫힌 눈으로만 세상을 볼 것이기에. 우리는 열린 눈을 가져야 한다.

 

 

저자 김종관이 보여주는 서른두 편의 글들은 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남녀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주인공이 나와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함께 잠을 자는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내레이션이 있는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말이다.

 

저자가 찍은 사진에서는 사람의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흐릿하게만 보일 뿐. 사람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쓸쓸한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쓸쓸한 풍경을 찍은 사진들 속에 저자의 감성이 짙게 배어있을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난 이의 감성, 삶에 대한 통찰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쓸쓸한 감정들을 다루었을것 같았다. 하지만 쓸쓸한 사진들과 글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나니, 이 모든 사랑은 지나간 사랑이었으며, 쓸쓸한 감정만 남아있는 이야기라는 걸. 은밀한 마음들을 쓸쓸한 풍경들 속에 감춰두었다는 걸, 그래서 사진과 글이 썩 어울린다는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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