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계절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바버라 킹솔버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주말에 신랑과 함께 텃밭에 다녀왔다. 신랑이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주말에만 겨우 다니는 텃밭이라 나는 이 주만에 가 보았는데, 텃밭은 거의 풀밭이 되어버렸다. 흙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유기농 텃밭을 가꾸겠다며 제초제를 쓰지 않았더니 생긴 폐해였다. 또한 작년에 비해 고추 또한 병이 들어서 빨갛게 익어가면서 물러져 떨어져 버리고 있었다. 100주 이상의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막상 수확의 계절이 다가와 병들어 있는 고추들을 보니 안타까워 견딜수 없었다. 생태도 좋지만 벌레를 잡는 약을 했어야 하나 싶었다.

 

 

고추는 포기하고 노랗게 익은 참외만 한 포대 따 왔다. 우리가 먹으려고 이것저것 심어 유기농으로 키워 수확을 보는 일은 즐겁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밭에서 얻으면서 자연의 생태에 피해가 가지 않은 한에서 과일 등을 수확한다는 일은 큰 기쁨이다. 구입해서 사 먹을 때와 우리가 직접 기른 과일을 먹는 일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토마토나 참외와 고추 수확의 차이점을 보며 자연을 지킬 것인가, 조금쯤은 포기할 것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이에 나는 작품 속 주인공들의 자연을 고스란히 지키기 위해 애썼던 세 여성들의 생각들이 들어있는 『본능의 계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작가이자 과학저널리스트, 생물학자 또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바버라 킹솔버의 『본능의 계절』은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그녀의 주장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작품속 배경은 미국의 남부 애팔레치아 산맥의 대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포식자들' 속의 주인공 디아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깊은 산속의 통나무집에서 은둔하는 야생동물 연구가이다. 디아나는 산림감시원으로 일하면서 코요테의 흔적을 쫓다가 역시 코요테를 추적하는 젊은 남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다른 이유로 테를 추적하는 추적자와 먹이사슬 중에서 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코요테의 삶은 별다를게 없었다. 디아나는 은 남자를 향한 마음을 감출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고뇌하는 자신의 삶이 달갑지않았다.

 

'나방의 계절'에서는 도시에서 곤충학자였던 루사가 시골의 농장 후계자와 결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콜이 죽어버리고, 아무도 그곳에서 남아 있지 않을것이라는 가족들 즉 콜의 누이들 틈에서 남아 점점 농장생활에 적응해가며 그녀의 삶을 사는 이야기이다.

 

 

 

'옛날 밤나무'에서는 오래전에 밤나무를 연구했지만 병으로 다 죽고 다시 새로운 종의 밤나무를 키워보겠다는 괴팍한 노인 가넷의 이야기이다. 가넷은 옆집에 사는 내니의 유기농 사과를 키우겠다며 자신의 농장과 내니의 농장 사이의 잡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곳에 제초제를 뿌리려 한다. 그로 인해 두 노년의 내니의 가넷은 다투면서도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세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지만, 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조금씩 연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얽혀져 있는 것과 그들의 자연의 생태환경을 생각하는 깊은 관심과 애정을 엿볼수 있었다. 그들의 자신의 상처를 자연 속에서 찾았고, 자연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만 살아갈 수 없는게 또 인간 사이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또 인간 관계에서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이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람과 화해하는 모습에서 자연속에서 위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에 감사하고, 새들이 안전히 둥지에 깃든 것에 감사하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인생에 감사합니다. (435페이지)

 

 

제목만 보면 19금 스러운 내용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표지도 마찬가지였고, 『본능의 계절』이라는 제목 때문에 밖에 나갈때 책 표지를 따로 입혀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산림감시원인 디아나가 산속에서 혼자 생활한지 2년이 넘었고, 자신보다 거의 이십 년 차이가 나는 젊은 남자를 보고 욕정을 느껴, 달이 차오를 때마다 자신이 여성임을 느껴 그를 원했던 내용은 자주 있었지만 그것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달이 기울고 달이 차오르듯 디아나의 육체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변화가 자신에게 찾아왔을때 숙명처럼 디아나는 받아들였고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인것을. 자연의 위대함, 자연의 소중함. 생태 환경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까지. 우리는 생태주의를 외치는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볼 시간을 갖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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