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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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묘한 일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문득 생각해본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때였을까? 『도쿄기담집』의 첫번째 단편 「우연한 여행자」속 필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자신이 듣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 음악을 두 곡이 재즈 뮤지션이 불러주었을 때처럼 우리에게도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이지 않았을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도쿄기담집』이 나왔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온 작품인줄 알았더니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다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읽지 않은 책이라 내게는 신작처럼 느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몇 권 읽었지만, 그의 단편소설은 처음 만났다. 불가사의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은 단편소설집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임에도 어김없이 무라카미식 느낌이 살아나는 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읽은 『도쿄기담집』은 에세이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기묘한 이야기를 함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고유한 감성이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집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저마다 우리에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우연한 여행자」는 매주 화요일 손님이 뜸한 카페에서 몇시간 책읽기에 빠져있던 남자가 한 여자를 알게 되어 여자로 인해 기묘한 경험을 한 이야기이다. 이 남자는 음대 출신의 피아노 조율사이며 게이이기도 하다. 두 번째 작품 「하나레이 해변」에서는 호놀룰루 하나레이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게 다리를 물어뜯긴후 죽은 아들을 찾아 간 사치의 이야기이다. 아들이 죽은 후 그곳에서 일주일을 머물다 간 사치는 해마다 일 년에 한번씩 이곳에서 머물다 갔다. 언젠가 죽은 아들 또래로 보이는 일본인 대학생 둘을 차에 태우고 숙소로 왔던 사치는 역시 이곳에서 서핑을 하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를 보면, 2층 아래에 사는 시어머니에게 갔다가, 배가 고프다며 곧 돌아오겠다는 남편이 사라진 이야기이다. 남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늘 계단을 이용했는데 2개층을 올라오는 5분 사이에 지갑도 없이 집에서 있는 옷차림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에 아내는 남편을 찾으려 사람을 불렀다. 무료로 남편을 찾아주겠다고 한 이는 그 여자의 남편이 사라진 계단을 서성거리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의 이야기는 소설을 쓰는 준페이가 그보다 몇살 연상인 여자를 만나 자신이 쓰려는 단편 소설이야기를 해준다. 남자가 평생 만나는 여자 중에서 정말 의미있는 여자는 세 명 뿐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는 그에게 과연 이 여자는 그의 세 명의 여자 중의 한명이 될까? 마지막 단편인 「시나가와 원숭이」는 자꾸 자신의 이름을 잊어먹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전화번호나 주소, 생일이나 여권번호까지 다 기억나는데 이름만 기억나지 않는 여자인 안도 미즈키의 이야기이다.

 

 

겨우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소설집이다. 얇은 소설임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 단편 속 인물들은 모두 상실의 시간을 겪은 이들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그 시간 속에서 그들은 회복하고자 그 시간들을 견딘다. 자신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을 생각하기도 한다.

 

 

나에게로 온 책은 분홍색 표지를 한 책이 왔다. 양장본인 속지도 분홍색이다. 그린색 표지와 함께 2종의 표지가 있는데 상당히 이쁘다. 함께 색깔을 맞추고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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