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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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보이는 사람은 세상을 눈으로만 보려한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눈으로만 보고, 그것만 보는 사람들은 다른 것들의 내면을 잘 보려하지 않는다. 눈으로 세상을 보듯, 생각도 자기 위주의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책에서는 우리가 여태 보지 못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보지 못했던 감정들,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열어준다.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 『대성당』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느꼈다. 내가 눈으로 보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 마음으로 풍경을 그리고 성당의 모습을 그릴 수도 있다는 것. 눈을 감고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 위에 대성당의 모습을 그리며 내가 생각한 대성당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 눈으로 보지 않아도 내가 상상한 대성당의 모습의 마음으로 그대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런 감정을 느끼므로 책을 읽는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린다. 작가가 말하는 글을 읽으며, 작가가 글을 썼던 시기의 감정들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때로 작품 속에서 작가가 처한 상황을 알기도 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에서도 그렇다.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대성당』의 단편들을 보면 아이에 대한 생각들, 잦은 음주 습관때문에 아내와 헤어진다든가 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에 실려있는「깃털들」을 보면, 회사 동료인 버드의 집을 아내 프랜과 방문하게 된 잭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잭과 프랜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했지만, 버드의 아이를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레이먼드 카버가 실제 열아홉살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술에 빠져 살았다 한다. 그래서 일까 그의 작품 속에서는 알콜중독자인 사람들이 꽤 나온다. 알콜중독자였던 집주인 셰프의 집에서 지낸다며 같이 보내자는 남편 웨스의 전화를 받고 그곳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는「셰프의 집」에서도 그렇다. 샴페인 때문에 아내와 다른 거처에서 지내는 남자의 이야기인 「신경써서」와 「내가 전화를 거는 곳」에서도 술을 끊기 위한 시설에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술을 끊기 위한 시설의 포치에서 굴뚝 청소부 였던 J.P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에게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하는 남자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

 

 

 

 

「칸막이 객실」이나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아들에 대한 마음들을 나타냈다. 「칸막이 객실」이 아내와의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이혼까지 가게 한 아들을 만나러 스트라스부르를 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며,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는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던 아들을 바라보는 부부의 심정들을 담은 이야기이다. 부부는 혼수상태로 누워 있는 아들을 지키며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와 결국 죽고만 아들때문에 힘들어했다. 죽은 아이때문에 너무 슬퍼 다른이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싶었던 부부는 빵집으로 향하게 되고, 빵가게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시간가는줄을 몰랐다. 제목처럼 별것 아닌 같은 아주 작은 일들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대성당』은 많은 울림을 주었다.

아내의 오랜 친구인 맹인 로버트의 방문으로 불편함과 약간의 질투를 느끼는 한 남자의 마음을 담은 내용이다. 오랜 시간을 녹음된 편지를 교환했던 아내와 로버트는 아내의 사생활들을 잘 알고 있으며 표현하지 못할 감정으로 묶여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술을 몇 잔하고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TV속에서 나오는 여러나라의 대성당의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다. 대성당의 모습을 로버트에게 설명하던 중 로버트의 제안으로 흰 종이에 '눈을 감고' 대성당의 모습을 그리며 로버트가 느끼는 마음, 시선들을 느낄수 있었다.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는 그에게 마음의 눈이 열렸다. 로버트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아무것도 진심으로 바라보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장면을 자신이 보고싶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들의 시선은 조금씩 굴절되어 있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야만 상대방의 진심을, 함께 보고자 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조금은 느리지만, 단편 읽는 기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연수 작가가 번역했다는 이유로,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이유로 읽은 책이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내용보다 훨씬 좋다. 각 단편의 내용들이, 느낌이 마음속으로 스며왔다. 평범한 내용들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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