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인생이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 일, 결혼, 아이… 인생의 정답만을 찾아 헤매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애너 퀸들런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긴 한가보다. 순간순간 나이를 잊고 살지만, 이처럼 나이듦에 대한 책을 만나 읽으며 공감하는걸 보면.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건 이것 뿐만 아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열아홉 살의 딸아이를 보면서도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한참 이뻐질 나이, 소위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하는 나이가 이때가 아닌가. 예뻐지는 나이, 실제로 예뻐지는 아이를 보며 속엣말을 하게 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막 태어나 아장아장 걸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여자를 꽃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스물이 되어가는 딸아이는 한창 피는 꽃, 사십대인 나는 지는 꽃이라고 해야겠다. 예뻐지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던 애너 퀸들런의 마음들을 글로 읽으며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되었다. 나 또한 애너 퀸들런의 나이가 되었을때 꼭 그렇게 느낄 것이므로. 어쩌면, 이런 책을 미리 본다는 것은 나이 드는 연습을 하는 걸수도 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삶이, 감정이 풍요로워 질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배울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더 중요하게는 무엇이 소중하지 않은지도 깨닫게 된다. 인생의 교훈은 우리가 소유했던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것 속에, 성공이 아니라실패 속에 담겨 있음을 마침내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21페이지)

 

 

애너 퀸들런이 말하는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었다.

아무리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식기 마련이고, 여러가지 갈등 때문에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들이 많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민할수도 있는데, 저자의 친구는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의지' 라고 말했다 한다. 내가 들어봐도 별로 시답잖은 소리처럼 들렸는데, 저자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저자는 주변의 친구중에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이혼을 결정한 것을 후회했다는 말을 들어가며 이야기 한다. 사랑하지 않아도, 인생을 같이가는 친구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여러가지로 마음에 들지 않은 남편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친구처럼 더 중요한 존재도 없는 것 같다.

남자들과 다르게 여자들은 나이가 들어 이제야 찾은 자기 시간을 친구들과 못다한 시간들을 나누게 된다. 함께 여행을 다니고, 대화를 하며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애환들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 나도 최근에 나의 취미 생활을, 여가 생활을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그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였는데, 역시 친구란 좋은 것이다. 한 후배를 봐도 남편과 그리 좋지 못한 관계지만, 우리들과 같이 어울리며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을 풀기도 한다. 남편 때문에 자기가 불행하다는 걸 잊는 것이다. 나이 들어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는 사람만 알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알고 사랑해 주는 여자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사랑해주는 여자들이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들보와도 같다는 사실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모든 게 그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좋은 친구가 되려면 서로의 관계에 솔직하고 여기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52페이지)

 

 

내가 기쁠때, 내가 슬플때, 내가 너무나 외로울때, 이처럼 친구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전화 한 통화로 이 모든 것들을 같이 나누는 존재, 삶의 원동력이 되는 존재이다.

 

 

사람은 나이들어가며 나이대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은 이십대나 삼십대엔 정말 느껴보지 못한 것이다. 각자 나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이가 들어야만 느껴지는 것일테다. 저자가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글을 쓴다고 했을때, 지인들은 벌써 쓰는 것이냐는 말을 했고, 예순의 나이인 저자에게 칠순을 넘긴 분들은 칠십이 되면 더 행복할 거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 들이다보면 인생이 행복해지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책의 말미엔 저자의 오랜 친구인 배우 메릴 스트립과의 대화가 나온다.

대화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볼까. 나이 들어가 가장 안좋은 점은 뭔가? 라고 질문했을때,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거, 라고 했다. 젊은 시절을 아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게 가장 괴롭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들에게도 곧 다가올 일이다. 어르신들이 한 말씀중에서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보다 친구나 형제가 먼저 가는게 굉장히 슬프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메릴 스트립과의 대화에서처럼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내온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굉장히 슬프고 우울할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 지수도 올라간다. 아, 내가 현재 살아있는 게, 사십 대의 나이가 얼마나 행복한 나이인가, 알게되어서 행복하다. 더 나이 들어가도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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