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vs. 알렉스 우즈
개빈 익스텐스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우리나라의 농가에 운석이 떨어져 운석을 찾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으로 출몰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 이유는 운석의 가격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적인 연구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운석을 찾고자 했다. 우리나라 진주에서는 비닐하우스에 떨어졌다고 하여 우리 밭에는 떨어지지 않나 하고 다들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밭 주인보다는 습득하는 이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운석을 찾아 헤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운석이 만약 머리에 떨어진다면? 만약 우리집에 떨어져 내 아이의 머리에 맞는다면? 생각도 하기 싫지만, 어쨌든 개빈 익스텐스의 『우주 VS. 알렉스 우즈』는 운석에 맞은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운석에 맞은 한 소년과 한 노인과의 삶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다. 진정한 우정이란 건 이런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겠금 만드는 글이다.

 

운석에 맞아 코마 상태에 빠졌다 살아난 알렉스 우즈는 대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다. 다른 아이들과는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혼자 만의 시간을 즐겼던 알렉스는 몇 명의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도망치다가 피터슨 씨의 정원으로 피신했다가 피터슨 씨를 알게 되었다.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피터슨 씨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부인과 살다가 이제는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이었다. 유리창을 깼다는 이유때문에 사죄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주말마다 피터슨 씨의 집에 방문하던 알렉스는 피터슨 씨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사람들의 우정에는 여러가의 모습들이 있다. 동갑내기들 끼리의 우정도 있고, 이성과의 오래된 우정을 이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나이를 떠나 거의 할아버지 뻘 되는 이와 나누는 우정도 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와 알프레도와의 우정처럼 피터슨 씨와 알렉스 우즈와의 우정도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피터슨 씨를 도와 운전을 하고, 그를 도와 편지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게서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빌려보는 일들이 즐겁다.

 

 

 

원칙을 가지고 살려면 진실함을 가지고 사는 거야. 그건 너만의 것이야. 남이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지. (212페이지)

 

 

얼마전에 읽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를 읽으며 가슴아팠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피터슨 씨도 『미 비포 유』의 윌의 입장과도 비슷하다. 눈도 보이지 않게 되고, 다리도 움직이기 힘들어 혼자 살기 힘든 그는 비참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그런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알렉스 우즈의 마음을 담았다.

 

비참하지 않게 죽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건네본다.

내가 처한 상황이 피터슨 씨와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할까. 반대로 누군가의 죽음을 도와줘야 하는 알렉스의 입장이라면? 어려운 일이다. 결정하기까지 너무 힘들것도 같다. 사람의 죽음을 자신이 과연 결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드는 의문이었다. 합법적으로 죽음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스위스라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인간의 생명을 아무리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해도 합법적인 자살, 이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다시 들었던 것이다.

 

아이작을 정말 돕는 길이 뭔지 아니? 그냥 그를 위해 함께 있어주는 거야. 친구가 되어주렴.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하면서, 효과가 있을 거야. 물론 그렇게 있어주는 건 아주 힘들지. (296페이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가슴뭉클하게 느껴졌던 건 알렉스와 피터슨 씨의 깊은 우정이 있었기 때문인것 같다. 진정으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 이것 또한 알렉스의 결정이었기에 가슴 아프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우정, 과학적인 지식을 아우르는 따뜻함을 주는 소설이었고, 책 속의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들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어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첫소설이라는데 개빈 익스텐스라는 작가,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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