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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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어렸을때 엄마에게,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곤 했었다. 옛날 이야기라도 들려주시면 귀를 쫑긋거리고 듣고는 그 다음 내용이 듣고 싶어 할머니나 엄마에게 바짝 다가갔던 것 같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그랬다. 시간만 나면 옛날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말에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곤 했었다. 이야기가 딸리면 이야기 책을 펴놓고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동화책 한 권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이야기에 빠져 그림만 보고서도 다음 내용을 줄줄이 읊곤 했었다.

 

유달리 이야기를 좋아하는 탓에 나는 지금도 이야기가 있는 책을 읽고 있고, 좋았던 책, 재미있는 책은 아이들에게 권해 주기도 한다. 같은 책을 읽고는 서로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근의 아들녀석은 기욤 뮈소에 빠졌는지 전작 읽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가지고 있는 책을 보이며 이 책은 어땠느냐며 묻고는 다른 책도 다 읽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전에『두근두근 내인생』을 읽고 나서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라며 작가의 다른 책도 소개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이야기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책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는 그 주인공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많다. 훗날 책속의 주인공의 영향을 받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여 이룬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가진 힘은 굉장히 크다.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났다.

조너선 갓셜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책이다. 우리는 책 속에서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영화속 장면들을 보고 영화속에서 말하는 스토리에 깊이 빠져 주인공을 내 자신인양 감정이입하여 보게 된다. 영화속 주인공의 삶에 깊이 공감하기도 하며, 그들의 상황에 웃고 우는 감정을 내보이기도 한다. TV 드라마나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중에 책은 아주 많은 부분을 깊이 공감한다. 영화가 화면속에서 보이는 감정의 표현이라면, 우리는 글로 이야기를 읽는다. 그 사람의 깊은 감정을 글로 읽으며 그가 가진 생각 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급기야 엉엉 울기까지 한다.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지만,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깊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작가들은 이따금 글쓰기를 그림 그리기에 비유한다. 단어는 한 번의 붓놀림에 해당한다. 화가의 붓질을 한 번 또 한 번 해 나가듯 작가는 단어를 하나 또 하나 덧붙여 가면서 진짜배기 삶의 온갖 깊이와 생동감을 담아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25페이지)

 

 

 

저자는 아주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며 우리를 이야기가 가진 힘에 초대한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바를 책으로 쓴 아동 인류학의 걸작이자 젠더 심리학 실험을 소개한 책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설명을 들어보자.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성 중립적으로 바꾸려고 아무리 노력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들과 남자 아이들을 반대의 공간에서 놀게 했지만, 남자 아이들은 인형 코너를 우주선 조종석을 둔갑시켰고, 여자아이들은 블럭 코너에서 블럭으로 집을 만들어 소꿉놀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대로, 남자아이들은 남자아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고 했다.

 

 

달리 말하자면 이야기는 공통의 가치를 강화하고 공통의 문화라는 매듭을 단단히 매어 사회를 결속하는 고대의 기능을 여전히 수행한다. 이야기는 젊은이를 문화에 적응시킨다. 이야기는 집단을 정의한다. 이야기는 무엇이 고귀한 행동인지, 무엇이 비난받을 행동인지 알려 준다. (170페이지)

 

 

 

 

저자가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을 봐도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알수 있다. 저자가 말하길 아돌프 히틀러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리엔치」를 관람한 후, 「리엔치」가 자신의 운명을 밝혀 주었다고 말했다. ' 독일 민족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지고(至高)의 자유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 (174페이지) 고 했다. 꼭 바그너의 음악이 그의 모든 성격을 형성했으리라고는 보지 않지만,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수 없을때는 다른 이야기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탐험한다. 이야기가 주는 마력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내게 이야기는 주로 소설이다. 이야기를 말하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몹시도 소설 책이 읽고 싶어졌다. 두세 시간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 있고 재미난 소설이었으면 한다. 이제부터 책을 골라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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