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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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바리코라는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난 작가의 글은 아무래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내 마음속에 들여오기 위해서, 내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에 대해 아는 일은 먼저 작가 소개를 읽는 일이다. 작품으로 만난 작가의 경우도 작가소개란을 두세 번 읽는데, 처음 만난 작가의 작가소개란은 대여섯 번은 읽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도 책 내용이 언뜻 들어오지 않을때 다시 작가소개란을 읽을 정도로 작가에 대한 이해가 작품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다.

우리 앞에 놓여진 진정한 삶에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 다른 길도 아닌 내 삶에 주어진 길을 걷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완성되어 있지 않다. 늘 생소한 길임에 틀림없다. 이 길이 아닌가 싶어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란 것이 '인생의 길'이 아닐까 한다.

 

요즘엔 경제발달로 인해 흙길, 작은 돌들이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자동차가 다니기 쉽게 포장된 도로가 많고, 사람이 갈수도 없는 길이 있을 정도다. 우리는 그 길을 자동차전용도로 라고 부른다.

 

자동차가 막 나오기 시작한 1903년의 이탈리아, 파리에서부터 자동차 경주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수많은 자동차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나왔다. 자동차에 치인 사람도 있고, 자동차에 탔던 사람이 사고로 죽은 경우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소를 팔아 자동차 정비소를 연 리베로 파르리가 있었고, 그에게는 아들 울티모가 있었다. 아들 울티모에게 자동차 정비를 가르켜 주려 했지만 그는 자동차가 다닐 길, 서킷을 만드는게 꿈이었다.

 

 

그는 자동차 경주로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 그 길은 오로지 경주용 자동차들만 달리는 길, 아무 데로도 통하지 않고 닫혀 있는 길, 돌고 또 돌지만 어디에도 이르지 않는 길이라고 한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265페이지)

 

울티모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러 갈래의 사람들이다.

어렸을때 아버지와 함께 여행했던 곳에서 담브로시오 백작을 만난 인연, 제1차 세계대전이 열린 카포레토의 회상, 피아노 레슨을 하기 위한 엘리자베타를 따라 다녔던 일들. 울티모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사람들과의 인연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상대방 쪽에서, 혹은 자신 쪽에서 먼저 떠나기도 했다. 같이 이어지는 길을 걸었으면 했지만, 어느새 엇갈린 길목에 서 있었다. 엇갈린 길과 엇갈린 인생이었다. 평생 길을 찾아 헤맸고, 그가 시간 날때마다 그렸던 길, 그 길은 자동차가 다닐수 있는 길이었다.

 

그 여자는 하나의 길과 같았어요. 생뚱맞은 굽이가 자꾸자꾸 나오는 길, 돌아올 것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광막한 벌판으로 내닫는 길,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고 또 달리는 길이었죠. (405페이지)

 

『이런 이야기』에서는 여러 화자의 이야기로 쓰여져 있다.

한 챕터마다 1인칭의 '나'가 나오는데 그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곰곰 생각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는 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왜 제목이 이런 이야기인가,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가. 서막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쓴 말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양탄자 같은 것이고, 그것을 직조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이는 작가다. 결국 글쓰기란 서사의 한 올 한 올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완벽히 제어하는 작업이다.

 

멋지다.

알레산드로 바리코가 직조해 낸 생명력이 있는 글을 읽었다. 이런 작가론을 가지고 있는 알레산드로 바리코란 작가를 알게 된 즐거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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