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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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에 재활용 처리하는 곳에 헌옷수거함이 있다. 누군가가 훔쳐가지 못하게 두꺼운 철로 된 상자이며, 열쇠까지 채워져 있다. 한 계절마다 옷들을 정리하곤 하는데, 추억이 깃들이 있는 옷이라 난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이의 옷같은 경우, 적어서 못입게 된걸 몇 년이 지나서야 버리곤 하는 습관때문에 글쎄, 쓸만한 옷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면으로 된 옷을 꺼내 누군가는 작업복으로도 사용하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사람들이 적어서 버리는 옷, 유행이 지나서 버리는 옷들을 담아둘 수 있는 의류수거함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벌수 있는 생계수단이 될테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떠날수 있는 여행자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에서 도로시가 자신의 답답한 곳에서의 탈출로로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을 훔치듯 말이다.

 

책 제목을 처음 듣고, 요즘 청소년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판타지일거라 생각했다. 일단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오즈 라는 말이 그랬고, 책 속의 여학생, 즉 화자인 주인공의 이름도 도로시란 이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도로시는 일반 청소년들이 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 집에서는 독서실에 있을거라고 생각한 그 시간에 의류수거함에 있는 옷을 훔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여고생이 12시가 다 되어간 시간에 혼자서, 말이다.

 

여고생 도로시가 혼자서 손수레를 밀고 다니며 옷들을 훔치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아마 머리위에는 모자를 썼을수도 있다. 자신의 모습을 조금쯤은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 훔친 옷을 담은 손수레를 밀고 가다가 벤치위에 누워있는 한 노숙자 아저씨를 본다. 지금의 여고생이라면 멀리 도망갈 텐데도 도로시는 노숙자 아저씨에게 가까이 가, 훔친 옷 중에서 맞을 듯한 옷을 골라 벤치에 놓아둔다. 그렇게 노숙자 아저씨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경우도 길을 걷다가 노숙자가 있으면 피해가는데, 도로시는 마음을 열고 그와 친구가 된다.

 

 

도로시가 만난 사람들은 노숙자 아저씨 뿐만 아니다. 옷을 훔치고 있는 탈북자 아저씨를 만난 것도 그렇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를 만나는 일도 마찬가지. 지금의 청소년들은 전혀 하지 않을 일을, 그것도 늦은 밤 시간에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너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이럴 것이라, 지레 겁 먹고 피해다니지 않는가.

 

만약 내가 의류수거함에서 누군가의 일기장, 사진첩 등을 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일기장과 사진첩의 인물이 같은 인물일 경우, 도로시처럼 행동할 수 있느냐이다. 호기심에 사진 몇 번 볼 것이고, 그후 쓰레기통에 던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 인물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과연 도로시처럼 자살방지를 위해 그의 정체를 파악하려 할까.

 

아마 다른 청소년들이나 내가 하지 못할 행동이기 때문에 도로시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지 못한 것, 책 속의 여고생 도로시는 195를 막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돕는 도로시는 또 어떤가. 도로시는 현재의 삶에서 탈피하고자 옷을 훔치면서 오히려 나눔의 미학을 배웠다. 헌옷을 훔쳤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었고, 우연히 알게 된 할머니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다. 자신의 힘으로 못하게 되자 의류수거함을 훔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도로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나누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상처를 안고 떠도는 어른들도, 자살을 하려 했던 이도, 외국에 가서 살려고 했던 도로시도 말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의 소설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으로 마음을 한데 모아 누군가에게 나눔을 행한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나눔을 한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푸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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