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어갈수록,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이 살아가는 기쁨이란 걸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사람은 죽기 때문에 젊음을 그리워하고, 꽃이 지기 때문에 조화보다는 생화, 시드는 꽃들에 열광을 한다고 했다. 우리가 스러짐을 알기에 스러지는 존재의 그 찬란함을 느끼고 싶은 까닭일 것이다.

 

벌써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고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벌써 피었고, 이제는 벚꽃마져 활짝 피고 있는 계절이다. 무심코 아파트를 걷다가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 벚꽃이 활짝 피어 햇볕에 반사되는 모습에 그저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날에, 이렇게 화사하게 핀 벚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행복해진 탓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 다음 시간에는 결코 누리지 못하는 이 작은 기쁨이 굉장한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란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헤세의 에세이에서 주옥같은 그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첫 번째 장에서는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라는 소제목을, 두 번째 장에서는 조건 없는 행복이라는 글로, 마지막에서는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좌 「오두막」, 우 「포도나무가 있는 정원 계단」

 

전에도 이야기한바 있지만, 작가의 소설은 새로운 삶을 사는 듯한 작가의 생각들을 엿보는 데 반해, 에세이에서는 작가의 일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 소설가로서 작품을 대하는 감정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를들면,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읽는 작가가 참석하지 않는 행사에 몰래 참석해 자신이 젊었을 때 썼던 시들을 낭송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 부분을 봐도 그랬다. 작가가 아닌 우리들도 예전의 글인 일기나 리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작가 또한 그런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약간은 어설펐던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것처럼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다.

 

오늘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내일이나 모레쯤은 지금 내가 있는 오늘의 이 순간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숱한 날들처럼 심연을 알 수 없는 나락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100페이지)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280페이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헤세의 에피소드 중 많은 것을 이룬 작가임에도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휘파람 불기」다. 헤세는 휘파람을 불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 애석하다고 표현했다. 휘파람이 자신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으며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멋진 휘파람 연주를 들려주게 될 날을 기대한다고 까지 말했다. 휘파람이라는 낱말도 참 이쁜데, 휘파람 연주를 하는 남자가 참 멋지게 느껴졌는데, 헤세의 휘파람부는 모습을 상상하니 차가워보이는 외모와는 다른 모습이 기대되었다.

 

이처럼 곳곳에서 헤르만 헤세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자신이 머문 곳을 그림으로 남겼고, 그림 속에서는 그가 가진 감정들이 배어 있었다. 그림과 글에서 그가 머문 풍경을 가늠할 수 있었다.

 

즐거울 것 없는 것 같은 삶에서 소소한 기쁨을 느끼는 것 역시 우리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삶을 살아가며 아주 작은 것에 마음을 열고 그에 대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임을 헤세의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한번 깨달았다.

 

우리가 몹시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을 알기에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을 느끼며 살아가는게 삶의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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