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리뷰를 쓰면서 어렸을적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과거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거 속의 일들과 겹쳐지는 것 때문이라도 예전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밖에 없다.

 

모옌의 『개구리』또한 어렸을적의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을 너무 많이 낳는다며, 국가에서는 아이 덜 낳자는 홍보를 많이 했으니까. 처음엔, '둘 만 낳아 잘 기르자!' 였고, 그 다음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아이를 덜 낳으라고 홍보를 해도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어디 그렇던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남존여비 사상 때문에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집 같은 경우도 내리 딸 셋에 맨 마지막에 남동생을 낳았다. 동네 내 친구네는 딸 일곱이 있었고, 맨 마지막에 아들을 하나 낳은 적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또 어떤가. 맞벌이 하는 사람들이 아이 기르기가 힘들어 아이를 낳지 않으려하는 부부들이 많다. 국가에서는 예전과는 반대로 아이를 많이 낳게 하려 봉급생활자의 연말 정산에서도 아이가 하나 늘어나면 추가 혜택이 주어지고, 다자녀(셋이상의 자녀)인 가정에게 전기요금을 할인하는 제도까지 생겼다. 이는 인구 감소를 염려한 탓이다. 젊은 사람들 인구보다 노인인구가 더 많아지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모옌은 『개구리』에서 계획생육 정책으로 인해 처음엔 아이를 받는 일을 했던 고모가 나중에는 한 자녀 이외에 더 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절수술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고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며, 개구리를 뜻하는 '와(蛙)'와 사람을 뜻하는  '와(娲)'와 비슷한 발음으로 사용했다. 개구리 '와(蛙)'는 다산의 상징이며, 작가 모옌의 고향인 가오미 둥베이 향의 토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작품은 극작가인 커더우가 고모의 이야기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써달라며 스기타니 요시토 선생한테 편지로 고모의 이야기를 서간체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고모는 평생 만 명 가까이 되는 아이를 받은 산부인과 의사였으며, 또한 계획생육 정책의 일환으로 아이를 더 가진 집을 찾아다니며 산아제한 정책을 폈던 인물이기도 하다. 아들을 낳기 위해 몰래 임신한 임산부를 찾아내 중절수술까지 서슴치 않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커더우, 즉 샤오파오는 고모의 이야기를 쓰며 자신이 성장해온 이야기도 함께 말한다. 첫 아내와 만났던 이야기, 첫 아내가 딸아이를 출산한 후 몰래 루프를 빼 둘째아이를 낳던 일이며, 아들일수도 있는 둘째 아이를 낳기 위해 도망갔다가 고모에게 중절수술을 받은 일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지금도 중국은 한 가정 한 자녀 갖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신문에서 장이머우 감독이 초과 출산하였다고 해서 엄청난 벌금을 물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중국의 많은 인구 때문에 발전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아직도 중국은 계획생육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이 나왔을 시기에 상당히 문제작으로도 보였을 『개구리』는 비록 부정한 방법일수도 있었지만 생명에 대한 존중을 문제 삼은 작품이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 실려 있는 9막으로 된 연극의 극본은 이 작품의 결말이기도 하다. 

연극적인 요소에서 보여지는 극본 속에서 자신이 뱃속에서 키운 아이의 울음소리를 찾아 헤매는 천메이의 외침과 아이를 너무 갖고 싶고,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나는 샤오스쯔의 행동들이 보여졌다. 

 

산모의 뱃속에서 5개월이 넘은 태아도 모든 장기들이 형성되어있다 했다. 정책 때문에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모와 태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었던게 또한 엄마의 마음이기도 한것 같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다소 무리가 있는 방법일지라도) 아이를 갖고자 하는 사람의 염원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랜만에 어릴적에 살았던 우리집이 나온 꿈을 꾸었다. 아마도 그 시절의 상황과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읽다보니 그런 것 같다. 집집마다 아들을 낳기 위해 엄마들이 임신과 출산을 일삼았던 일들이 떠오른 탓일게다. 생명은 어떻게 해서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 작품이었던 탓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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