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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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눈길을 뗄수 없다.

풍경화도 좋지만, 각양각색의 모습을 비추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그림은 다양한 그림만큼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춘화를 보더라도 혜원의 그림과 단원의 그림이 다르듯 모든 그림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하물며 다른 화가가 그린 사람의 그림들도 모든 다른 모습, 다양한 모습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림은 서양의 그림과 우리나라의 그림은 다른 멋을 가지고 있다.

서양화 속의 그림이 나타내는 얼굴이 적나라하다면 동양화 속의 그림은 숨김의 미학이다. 가느다란 선 속의 그림에서도 이목구비는 뚜렷하고 그 표정마저 다양한 표정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사람이 나오는 옛 그림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옷차림과 표정들을 보며 사람 보는 눈, 그림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전에 동양화를 볼때는 그림 속에 자리한 사람의 세세한 표정들을 볼 수 없었다. 전체적인 그림만 보고 지나쳤다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이 설명하는 사람의 표정, 전체적인 그림에서 사람의 그림은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자리했는데도 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가느다란 이목구비를 나타낸 자그만 그림 속에서도 그들의 표정은 다 제각각이었다는 게 새로운 발견들이었다.  

좌, 유숙 <오수삼매>  우, 이명기 <채제공 초상>

 

위 그림 왼쪽 유숙의 <오수삼매> 그림을 보자. 고개를 떨구고 낮잠을 자는 승려의 모습을 담았다. 오원 장승업의 스승이기도 한 유숙의 그림인데, 저자는 이 그림에서 승려의 옷자락의 낡음까지 집어 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 승려의 모습에서 눈썰미가 살아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또한 우측의 그림은 정조의 특명으로 그려진 채제공의 초상이다. 처음에 그림을 볼때는 느끼지 못하였지만, 그림 속에서 채제공의 눈은 사시이며, 마마자국까지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의 초상화 속에서만 볼수 있는 그의 실제 모습이다. 이는 정조 때의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홍도도 얼굴 그림에서는 한 수 접을 정도의 실력파인 이명기의 그림이다. 

좌, 작자미상 <물에 뜬 달>    우, 심사정 <국화와 돌>

 

그림은 참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 달이 둥실 떠올라 있는 위의 그림에서 강물에도 그 달의 모습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배에 탄 노인이 강물에 비추는 달을 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자는 저 노인이 시인 이태백 임을 설명하고 있다. 작자미상의 그림이지만 옛 사람의 정취가 그대로 엿보이는 그림이다.

 

옛 사람들은 그림속에 기원을 담아 그렸다.

화조도에서 모란과 수탉 그림을 자주 볼수 있는데, 모란과 수탉은 '부귀공명'으로 통했다. 또한 석류는 촘촘하게 씨가 박힌 모습을 가리켜 자손이 무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산'을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심사정의 <국화와 돌>의 그림을 보자. 노란 국화는 '별이 가득한 하늘', 자줏빛 국화는 '술에 취한 신선'이다.(253페이지) 라고 했다 한다. 심사정은 위의 그림에서 자줏빛 국화를 그렸다. 옛 그림에서 보이는 옛 사람의 흥취를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좌, 신윤복 <단오풍정>   우, 김홍도 <빨래터>

 

조선 풍속화의 뛰어난 인재였던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즐거움도 컸다. 비슷한 그림이면서도 전혀 다른 멋을 느끼게 하는 그림들이다. 신윤복의 그림 속 여인들이 농염함을 나타낸다면, 김홍도의 그림은 좀더 수더분한 모습의 여인상을 담고 있다. 이는 기녀와 여염집 여인의 차이랄까.

 

옛 사람의말이 "나무의 나이는 나이테에 묻고 사람의 이력은 얼굴에 물어라"고 했다. 얼굴이 딱 그 사람의 자서전 격이다.  (85페이지)

 

그림을 보는 일은 즐겁다.

더군다나 옛 그림 속에서 옛 사람들의 모습들을 다시 살펴보며 옛 사람들의 정취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보며 옛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되고, 우리는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 그 그림 속에서 새로운 감정들을 엿볼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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