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김숨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김숨의 소설을 읽은 건 몇 편 되지 않는다.

서너편 정도 되었을까. 그런데도 무작정 김숨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책 뒷편을 보면 장승리 시인의 김숨 작가에 대한 마음이 나오는데 동질감을 느꼈달까. 어느 날 김숨 이란 작가의 이름과 어느 분이 찍은 김숨 작가의 사진을 보고 반하게 되었다.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잘생긴 남자 사진도 아닌데 나는 한 여자 작가의 사진을 보고 반하게 되었단 얘기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작가의 작품이 썩 마음에 와닿진 않았었다.

처음 『물』이란 작품을 읽었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는것이다. 그뒤 다른 작품들을 읽어가며 작가의 작품 스타일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김숨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구나. 그다지 밝은 내용은 아니지만 나처럼 마니아적인 독자가 생길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작가의 작품이 나오면 늘 궁금해진다.

아마도 김숨 바라기 정도 될까. 이번 신작 『국수』도 신문에서 먼저 접했다. 신문 인터뷰 기사를 보며, 김숨 작가의 사진은 몇번이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총 아홉 편의 소설은 모두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이야기하는 것, 딸이 의붓어머니를 이야기하는 것,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이야기하는 것, 이 모든 가족들은 모두 한두 가지쯤 부족한 게 있는 가족들이다. 누군가를 그토록 깊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보았던가. 이들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게 아니다. 어딘가를 가며, 무언가를 하며 그 사람을 생각하고 과거의 시간들을 흘러보내는 것이다.

 

소설집의 첫번째 작품은 「막차」라는 제목으로 암이 퍼져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며느리에게로 향하는 막차안에서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를 옆자리에 앉은 남편에게 읖조리듯 하는 이야기다. 미장원을 하며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돈을 버는데 아들이 돈이 필요할 때마다 부쳐주었던 이야기이며, 고맙다는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며느리의 야속함을 피력한다. 옆에 앉은 남편은 그러거나 말거나 대답이 없이 눈만 감고 있다. 우리는 그녀가 하는 말에서 며느리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그 누군가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일수도 있지만, 가족중에 죽음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 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느끼고 있는 중이다. 가슴아픈 일들은 피하고 싶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김숨 작가는 「옥천가는 날」에서 죽은 엄마를 구급차에 태우고 옥천으로 가는 자매의 이야기를 건넨다. 나중에 나의 자매들 또한 엄마에 대해서 그렇게들 이야기할까 싶은게 동질감이 들었다. 엄마에 대한 정, 엄마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 등. 엄마의 주검을 태우고 가면서도 일상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는 하기는 한것 같다.

 

작가는 엄마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또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같은 경우는 임신한 며느리가 좁은 빌라에서 시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불편함을 호소한다. 매일 오리뼈를 고은 물에 식사를 하시는 시아버지, 시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방에 파란 벽지를 발라 아이방으로 꾸미고 싶은 며느리, 시아버지가 머물런 곳을 팔아 남편은 펀드에 넣었다 원금도 찾지 못했고, 시아버지는 그 돈의 반이라도 받고 싶어하는데 그들에게는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국수」를 읽을때 나는 먹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수」에서는 한 여자가 국수를 밀기 위해 반죽을 하고 치대는 과정에서 자신들을 키워주었던 의붓어머니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는 마음을 담았다. 아이를 낳지 못해 쫓겨난 새어머니는 자신들의 집으로 왔다. 새어머니가 처음 자신들의 집으로 온 날, 새어머니는 밀가루를 꺼내어 반죽을 하고 밀개로 밀어 아무런 간이 되어 있지 않은 국수를 만들어 주었었다. 자신이 직장에 다니며 자취를 할때, 첫 아이를 잃었을때도 새어머니가 끓여주었던 국수를 먹고 싶었다. 여자는 그렇게 새어머니의 온기를 국수에서 느끼고 싶어했다. 쫄깃하게 하기 위해 반죽을 치대면서 여자는 새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그렇게 건넨다. 새어머니는 안방에 주무시고 계시지만, 그녀가 국수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치대는 일들은 새어머니에게 향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여태 읽은 김숨 작가의 소설 중 제일 감동적이었던 작품이 바로 「국수」인 듯하다.

나는 「국수」에서 새어머니에게 나짓나짓 혼잣말을 건네는 여자의 말을 읽다 말고, 설움에 북받쳐 울게 되었다. 너무 뒤늦게 깨닫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한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일은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러야 알게 되는 구나 싶었던 것이다.

 

반죽을 치대는 시간동안 새어머니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던 한 여자의 독백에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이다. 진정한 가족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지. 그 어느 누구보다 진정한 가족애,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김숨 작가의 작품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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