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연애 - 서가에서 꺼낸
문아름 지음 / 네시간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기억하시는지.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좋아했던 드라마였지 싶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줄여서 '응사'라고 하며,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성나정의 결혼식 장면과 현재의 집들이 장면이 나오는데, 출연진 남자들이 함께 있고, 신랑만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 애를 태웠었다. 드라마에서 하나의 힌트라도 나오면 우리집 네 식구도 누가 성나정의 남편일거라고 외칠 정도였다. 한동안 토론까지 벌였으니 원. 드라마 하나가 나이를 떠나 공감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응사' 출연진들은 다들 인기를 얻어, 광고를 하고, 매체에서 얼굴이라도 보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만큼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나정의 남편을 말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신문을 펼쳤더니 신문 한 면에 성나정의 남편일지 모르는 쓰레기와 칠봉이의 연봉, 능력, 이런 것들을 표로 만들어, '누가 성나정의 남편이 될 것인가', 누가 더 나은 남편일 것인지 비교표까지 있었다.

 

우리는 나정과 나정의 첫사랑을 보며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이렇듯 하나의 드라마를 가지고서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에 울고 웃는데, 책 속에서 나온 연애 또한 마찬가지이다. 책 속에서 보는 연애는 얼마나 많은가. 전혀 상관도 없는 주인공들의 연애에 푹 빠져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래고, 그들의 사랑에 설레이기도 하며, 내가 사랑에 실패했을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책 속에서 이러이러한 사랑을 해야겠다 꿈꾸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듯, 작가 문아름은 서가에서 꺼낸 『책과 연애』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책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연애를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사랑에 기뻐할 때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 때론 울고 싶을 때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감성인 모양인지 작가는 '책이 연애보다 조금 더 나은 게 있다면 연애는 끝나고 나면 상대방이 더 이상 내 곁에 없지만 책은 언제든지 다시 펼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22페이지) 얼마나 공감가는 문장인가. 이십대 시절에 불타는 사랑을 했어도, 그는 지금 현재 내 곁에 없고, 누군가의 곁에서 울고 웃고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그렇듯 이별을 하고 아픈 시간을 보낼 때 나와 함께 했던 책들은 지금도 머릿속에, 가슴속에 그림처럼 남아 있다. 그때 읽었던 책들을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는 다시 읽기 하고 있으니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다.

 

저자는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됐을 때나 연애를 잘하다 말고 삐걱거릴 때 여지없이 책을 뒤적였다고 했다. 그때만큼 저자에게 남자는 소설이라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모든 게 귀찮다는 듯이 심드렁한 표정을 가진 남자, 김영하는 세련되게 틱틱거리는 시니컬한 남자, 어딘가 아련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김연수.' (64페이지) 라고도 했다. 하긴 작가들에게서도 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저자가 저 세 남자 작가들에 써놓은 평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내가 그들의 책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도 같았으니까.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책을 펼쳐 읽어보니, 생각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이 있었고, 내가 읽고자 했으니 읽지 않은 책들중 읽고 싶은 책들을 메모하다 보니 꽤 많았다. 사람의 감정은, 특히 사랑에 대한 감정은 이렇듯 비슷한가 보다.

 

재산을 모아 계급을 띄어넘고 사랑하는 여자를 차지하려고 했던 소설을 보자면,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의 예를 들었다. 여자를 갖기 위해 안간힘을 써 성공을 했지만, 결국 여자를 갖지 못했던 남자들이었다. 책을 읽을때, 영화를 볼때, 개츠비와 히스클리프의 편에 서서 얼마나 안타까워 했던가.

 

저자가 책을 소개하는데(사실 아주 많은 책을 소개했다.), 내가 감동깊게 읽었던 책들의 이야기를 하면 나도 덩달아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위대한 개츠비』와 『폭풍의 언덕』도 그랬지만, 오래전에 읽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도 그랬다. 그 책을 읽었을때 너무너무 좋았었지 하며 그 시간들을 회상했다.

 

저자 문아름이 소개하는 책들 중 읽고 싶은게 너무 많아, 책 속에 있었던 책 생각이 나면 자꾸 들춰 제목을 확인 할 것 같다. 책속의 연애에서 우리는 내가 연애를 하는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었다는 걸 다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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