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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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을 공유한 연인을 보아도 그들이 기억하는 그 시간들은 조금씩 다르다.

다른 언어, 다른 시간에 있었던 듯, 함께 공유한 시간을 전혀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시간들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도 그러했다. 신랑과 처음 연애하던 시절을 나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데, 신랑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나서의 기억들은 나는 자세히 기억하는 반면 신랑은 또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어느 사람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기억들도, 다른 이에게는 그저그런 시간들이었는게 참 아이러니하기는 하다. 결국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각대로 기억한다는 것.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어느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시간을 겪어도 자신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생각마저 자신의 의지대로 한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으로 굴절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책을 읽는 느낌도 각자의 시간대 별로 다 다르듯, 각자의 기억들도 각자의 생각들에 의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의 젊은작가 네번째 작품인 이장욱의 작품 『천국보다 낯선』도 이런 내용을 다루었다.

대학시절 친했던 친구 A가 죽고, A의 죽음으로 인해 조문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으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진행된다. 우선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세 사람 김과 김의 아내 정, 그리고 최의 1인칭 시점으로 교차되어 진행되고, 마지막엔 함께 차를 타고 가지 못했던 염의 이야기가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어지는 소설이다.

 

같은 차를 타고 K시 까지 가야하는 이들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들리는 음악들도 각자의 생각으로 다른 뮤지션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나 또한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앞 장으로 다시 가서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다시 읽었을 정도로, 자신만의 음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굴절된 기억, 굴절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나눈 대화 또한 그렇다. 대화를 나누는 것만 봐도 자신의 생각대로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발견하고 있었다.

 

 

각자의 시선으로 죽은 A를 기억하는 것도 그렇다.

그들 각자에게 A는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그녀가 말이 없었다는 것, 한 사람에게는 연인이었고, 한사람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것, 또다른 한사람에게는 짝사랑 상대였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친구와 연인으로 지냈던 걸 바라만 봐야 했다는 걸, 또는 A의 모든 것을 따라했던 게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걸. 같은 차 안에서 그렇듯,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이들이 보였다. 이들의 시선, 이들의 기억들을 따라가며, 우리는 그들의 기억속에 있는 A의 모습들, 그들 각자의 모습들을 들여다 보게 된다.

 

죽은이에게서 오는 문자들. 모든 문자들은 그들이 함께 있는 시간들을 나타냈고, 죽은 이에게로 조문을 가는 시간 조차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에게 전해지는 문자들은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A가 만들었던 영화속의 사연이기도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이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을 나타내는 문자들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장욱의 소설을 읽기 전, 전에 읽었던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인 「곡란」을 다시 읽었다.

작가 이장욱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였다. 처음 책을 읽었을때보다는 다른 감정이 배어 들어, 이래서 책은 읽고 또 읽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나서 『천국보다 낯선』을 읽으니 첫 문장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머릿속에 작은 방을 하나 만든다. 그 방에 불안이나 외로움 또는 우울 같은 감정들을 넣는다. 외출할 때는 그 방의 문을 단단히 잠근다. 외출이니까. 외출에는 적당한 햇빛과 소음, 목적지 같은 것만 있으면 되니까.  (9페이지)

 

그들이 겪는 그 모든 것들이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하룻밤 꿈처럼 일어난 일,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든 일이 사실인건지, 결국 A가 찍었던 '천국보다 낯선'이라는 영화때문이었는지 결말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이장욱의 소설이 좋아졌다.

그가 말하는 문장들을 읽는 기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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