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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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읽는 일, 그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를 알아가는 일은 마치 새로운 사람을 만난양 설렘이 가득하다. 백민석 작가의 이름을 신작의 제목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10년간 절필했다가 새로이 발표한 작품이라고 해 어떤 작가이길래 10년간이나 글쓰기를 멈췄을까 궁금함이 컸다.

 

『혀끝의 남자』에는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중 두 편은 새롭게 쓴 작품이고, 일곱 편의 작품은 전에 쓴 작품을 새롭게 다시 쓴 작품이라 했다. 내게 『혀끝의 남자』의 아홉편의 단편들은 모두 다 생소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읽으며 이 작품의 제목으로도 쓰인 「혀끝의 남자」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작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자 집중을 다했다.

 

아홉 편의 단편들은 거의 일인칭 시점으로 소설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여행기, 작가의 어떠한 생각을 말하는 에세이 느낌이 강했다. 그의 작품은 소년 시절의 느꼈던 일들을 글로 써낸 느낌이었고, 아이들 만이 가지는 그런 생각들, 어쩌면 아이들도 이런 폭력적인 단어들을 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혀끝의 남자」에서는 인도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비슷한 여행을 하는 한국여자와 한국 남자를 만나 인도의 속을 들여다보는 여행기를 담았다. 인도 여행에서 만났던 남자가 혀끝의 남자인가. 머리에 불을 붙인 채 혀끝을 걷고 있는 남자라, 머리에 불을 붙인 인간을 못봤기 때문에 그는 신 일수도 있었다.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는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었다. 

신데렐라 책의 여러 판본을 보유하고 있는 신데렐라 서점을 배경으로 한 내용으로 한때 도서관 소년이었던 주인공 '나'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한두 권씩 책을 구입하고 다시 책을 읽게 되는 이야기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누가 떠민 것처럼 유리문을 열고 책방 안으로 반보쯤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아니면 누군가 손목을 잡고 안에서 당긴 것처럼. (117 페이지) 서점을 이용하는 젊은 여성들은 모두 신데렐라 책을 구입해가고,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가는 이야기여서 비밀의 서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여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때 신데렐라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 여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드라마도 많이 방영이 되고, 영화로도 나오는 걸 보면, 영원한 로망이 아닐까. 이런 여자들의 감성을 남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 같았다.

 

또한 「재채기」에서는 어느 집앞을 지날때마다 재채기를 하는터라 당연히 그 집에,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어 하지 않던, 자신의 직업과는 무관한, 그림 전시회를 다닌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도산한 가게나 집에 들어가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하는 한 남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재채기를 했던 것도 한때의 꿈처럼 물거품처럼 사라져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마음을 담았다.

 

여러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뭔가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혀끝의 남자」에서도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인도에서 만난 어느 소년의 모습을 보며 약간 환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10년간이나 절필하며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일을 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절필하는 중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한때 도서관 소년이었던 이가 작가로서 자신을 죽이면서도 책은 계속 읽었다는 것을 말했던 단편 「사랑과 증오의 이모티콘」은 작가 자신의 독백이었다. 작가로서 글쓰기가 숙명처럼 느껴졌을텐데도 글쓰기를 중단하고, 그 와중에서도 책을 계속 읽었던 작가는 이모티콘을 바라보는 이야기 속에서 글쓰기와 전혀 다른 삶을 살수 없었던 작가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가장 소중한 독자는 나 자신이다. 라고 말했던 작가의 맨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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