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자란 동물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라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내가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남자의 어떤 행동이 여자들에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행할때 이런 말들을 하는 걸 많이 들었다.
김형경 작가는 소설로 먼저 만난 작가인데, 어느 순간 심리 에세이가 더 눈에 띄고, 작가가 하는 말에 귀기울이게되는 효과를 준다. 작가의 소설들, 작가의 심리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일깨워주어서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전의 책 『사람풍경』이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등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심리, 우리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데 반해, 이 책 『남자를 위하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심리를 들여다 볼수 있는 글이었다.
『남자를 위하여』는 여자도 남자를 잘 모르고, 남자 역시 남자를 모르는 이들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 남자분들이 읽어도, '아, 우리가 이랬구나'하고 자신들을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남자들에게 이런 심리가 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는 점이 많았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자의 심리, 여자에게 처한 상황을 말하는 작품이 더 눈에 들어왔는데, 남자를 제대로 알아야 여자도 그에 따른 행동과 대처를 할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여자의 첫사랑은 아버지라고들 하는데, 역시 남자의 첫사랑은 어머니라고 한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아버지에 뺏기게 되어 그로 인한 내면의 상처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엄마와 가장 비슷한 여자를 찾는다고 한다. 나 또한 남자들의 첫사랑은 사춘기 때 만났던 소녀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여자들에게서 이상화된 엄마의 모습을 찾는 남자들은, 어디에도 없는 여자를 원하는 것이다. 한때 남자들의 이상형이 백의의 천사 간호사 였던 것처럼, 자기를 보살펴주고 챙겨줄 여자를 꿈꾸었던 것이다.
최근에 집에 있는 남자를 보며 조금 느낀 것인데, 역시 작가는 남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창구가 성性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들은 성교를 함으로써 안정감, 이해받는 느낌, 편안함을 느끼며, 불안하거나 우울함을 느낄 때, 외로울 때, 파트너와 화해하고자 할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신에, 여자가 요구하는 친밀한 감정에 대응할 수 없을 때 성교를 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고, 집에 있는 남자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거려진다.
저자는 책에서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가 '폭력 사회, 폭력 가정'이라는 주제로 강의할때, 여성단체에서 규정한 데이트 폭력요소를 소개했다고 한다. 열두가지의 위험요소 중 가장 심각해 보이는 여섯 가지를 보자면,
7. 여자의 의견, 주장을 못 받아들인다.
8. 교제 상대를 자기 소유물처럼 여긴다.
9. 콘돔 사용을 꺼린다.
10. 여자의 가족을 욕한다.
11. '너 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며 상대를 협박한다.
12.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하면서 화를 낸다. (149페이지) 이다.
여성단체에서는 열두가지 요소 중 세가지 성향 이상이 보이면 데이트를 중단하고 헤어지라고 권유한다고 했다. 또한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는 위의 요소 중 한가지만 있어도 위험하며, 데이트 폭력은 어김없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면 가정불화를 겪는 부부들이 많은 것을 볼수 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할수 없이 사는 부부들. 남자의 폭력과 의심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보아왔다. 부부 끼리 만났을때는 잘 모르는 부부도 자세히 들어가보면 그 남자가 커온 환경을 생각해보며, 그런 이유들 때문에 남자가 아내를 의심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남자들의 언어 폭력이나 의심을 하는 등의 일들이 가정에서부터 나온다는 걸 알수 있었다. 어렸을때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이들,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의 내면아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 문화에서든 아이의 성장을 돕는 통과의례를 주도하는 어른이 있다. 그들의 보호와 도움 아래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밟는다. 어른이 먼저 사랑, 인내, 용기, 관대함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래서 아이의 미숙함으로 수용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어른들은 아이를 자기 뜻대로 만들려 하지 말고, 아이가 자기 뜻대로 하려는 시도를 지켜봐주어야 한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어야 한다. (268페이지)
갱년기가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줄 알고 있었더니, 남자도 여자의 폐경기와 똑같은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호르몬의 분비가 여성에게는 남성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고, 남성에게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더 많이 돼 중년의 남성들이 여성화 되어간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듣는다. 그렇게 밖으로만 돌던 사람이 퇴근만 하면 집에 일찍 들어온다던가, 스포츠만 보던 사람들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도 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남자가 잔소리가 많아졌다'라는 것이다. 남성에게 내재되어 있는 여성성 아니마, 여성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성성 아니무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남자의 심리에 대해,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알 수 있는 글이었다. '남자는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늘 달고 살았던 여자들이 읽으면 남자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의 행동을 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