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닉 페어웰 지음, 김용재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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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이면 나는 신문에서 '책의 향기' 코너를 먼저 읽는다. 기자들은 어떤 책을 소개하고 있을까. 어떤 책이 새로 나왔을까.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열어보며 그 즈음의 신간 서적들을 눈으로 읽는다. 좋다고 생각한 작품은 메모를 하고, 언젠가 구입해서 읽어야 겠다 생각을 한다. 닉 페어웰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했다. 신문의 작은 꼭지 기사에 닉 페어월 작가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짧게 나왔다. 브라질 작가려니 했지만 '이규석'이라는 한국이름도 있었다. 작가 이력을 들춰보니 열네 살때 브라질로 이민가 28년을 브라질에서 살고 있는 한국 출신의 작가였다.

 

외국에서 성공한 작가. 한 편의 자전적 소설로 브라질 고등학교에서 비치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라 한다. 아이들은 GO라는 글자를 몸에 새기고 다니기도 하고,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닐 정도로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했다. 한국 출신 작가가 외국에서 성공을 하면 앞다투어 인터뷰를 하고 작가가 쓴 책을 소개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 사실 『GO 고』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앞을 향해 달려가 할때의 GO.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라는 GO인것 같았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담고 있는 『GO 고』는 역시나 작가의 독백처럼 들린다.

작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형식으로 글이 이어져 가는 것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나'는 특별한 직업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여자친구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하는 일이라곤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 일이다. 적은 돈을 벌면서 살아가지만 그는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것,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을 하고 있다.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글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고 있을때 마음이 통하는 여자애 진저를 만났다. 진저로 인해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글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주인공은 굉장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글을 쓰는 것,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갖게 하는 일이 무척 마음에 든다. 글을 쓰고자 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그 아이들이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가장 위대한 점은 삶에 있어서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어서 만나고 싶다. 바로 이런 거다.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 사람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84페이지)

책을 읽지 않고 좋은 작가가 될 수는 없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면 책을 읽어봐. 글 쓰는 것보다 훨씬 좋은 연습이 될 테니까. 작가가 쓴 것을 경험해봐. 거기서 감정을 느껴봐. 작가의 의도를 느껴봐. 그 모든 게 여러분 자신의 것이 되도록 해봐. 그 모든게 여러분 각자의 것이 될 거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될 거야. 마치 여러분 자신의 단어처럼 말이지.  (95~96페이지)

 

 

삶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 네가 내 삶을 통해 보았듯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으로 가득해. 하지만 모든 게 최악일 때는 두 글자로 된 단어 하나를 떠올려봐. GO. 가, 앞으로 가 글을 써, 그림을 그려, 사진도 찍어, 춤을 춰, 바느질을 해, 연기해, 노래해. 그러니까 모든 상황이 최악일 때마다 딱 한 단어만 기억하는 거야. GO. 가, 앞으로 가. 그냥 해봐.  (128페이지)

작가는 책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하고 있었다. 읽었던 책들, 작가에 대한 생각들, 그가 디제잉하며 들려주는 음악들은 우리를 다양한 음악속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가 들려 주었던 노래들은 내가 아는 것도 있고 들어보고 싶은 음악도 있었다. 실생활에서 음악을 생활화하는 그의 음악사를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글 잘 쓰는 법을 물어보자, 책 속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만나라고 하는 글귀는 압도적이었다.

 

작가의 감정, 작가의 의도, 작가의 쓴 것을 대신 경험해보는 일이 책을 읽는 일이 아닌가. 우리가 책을 읽는 일을 아주 잘 표현해 주었다. 우리가 바라보는 주인공의 삶은 어떻게 보면 아주 절망적인 삶이다. 아버지에게도 버림받고, 사랑했던 진저에게도 순간의 실수로 버림받고, 좋았다고 생각한 여자애에게서 어이없는 일까지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삶 속에서도 그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 자신의 심연으로 침잠하며 글을 썼던 일들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나도 그에게서 희망을 읽었다. 희망의 빛이 비춰지는 걸 느꼈다. 이런 희망적인 글들이 브라질의 고등학생 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듯 하다. 사진에서처럼 몸에 문신을 새겨가며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자신의 삶이 절망적이어도 꿈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말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이 책을 많이 읽고, GO라는 말을 기억하며, 삶이 힘들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때도 앞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GO. 앞으로 가. 그냥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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