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을이 되니 책을 말하는 이웃분들의 댓글에서 서야 작가의 『은행나무 장자』를 말하는 걸 보고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모 연재 사이트에서 연재글로 읽고,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 몇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몇 번을 읽어도 책은 읽을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렸었다. 로맨스를 말할때면 생각나는 몇 권의 책중 한 권이라,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구입해 읽게 된 책이다. 하나의 작가에 꽂히면 작가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꼭 구입해서 읽게 되는데 서야 작가의 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내가 네게로 가는 길
이곳은 네가 내게로 오는 길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
이런 글귀가 써 있는 것에 더 혹했는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이웃분들도 쓸쓸한 가을이 되니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 역시나 나 또한 추운 계절이면 따스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진다. 그것이 로맨스라면 더욱 즐거운 일이고. 최근에는 다른 책들에 밀려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지 못하는데, 이처럼 한 번씩 읽어주어야 할 때도 있다. 서야 작가의 『길』처럼.
사실 서야 작가의 『삼거리 한약방』을 읽을때, 『은행나무 장자』의 주인공이 깜짝 출연을 해줘 무지 반가웠었는데, 이 책도 그러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지만, 나오지는 않았다. 나와서 깨알 웃음을 줬으면 더 반가울법도 했는데 말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면, 이 책에서도 고택이 나오기 때문이다. 종가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고택에서 생활하는 이가 주인공이라서 그랬다.
만물을 품어 주는 지리산을 닮은 남자, 홍이문
개량한복을 입고 흰 고무신을 신은 남자, 이문이 고택 소선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굉장히 기대를 했다. 더군다나 직업도 대안학교장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고택의 논을 빌려주어 짓게 하는 등 베푸는 삶이다. 또한 일제 시대때 항일 열사이기도 한 집안이다. 자신의 집 소선으로 찾아든 제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이문은 농담처럼 "얼른... 도망가라, 제이야" 라고 말을 건넸다.
한겨울 눈 속에 핀 시린 꽃을 닮은 여자, 진제이.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화장터에 들어가신 날 제이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녔던 동채가 죽었다 한다. 이 모든 게 너무 버거운 제이는 호젓한 시골에서 힐링을 받고자 한다. 서점에서 발견한 지리산에 관련된 책을 보곤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친구 가람의 친척집이기도 한 소선으로 향했다. 고택의 아름다움, 시린 바람, 자신을 가족처럼 품어주는 소선 안주인과 단덕 아주머니 때문에 그곳에 정이 들어 몇 달을 그렇게 소선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한 남자, 자신에게 농담처럼 도망가라고 하는 남자 이문을 만났다.
1인칭 화자의 소설일때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 좋긴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몹시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에서도 1인칭 화자로 제이의 마음이 담긴 글이 한 편씩 끝날때마다 이문의 이야기가 짧게 나온다. 이문이 제이를 처음 만나던 날의 느낌, 술 한 잔을 마시고 저도 모르게 별당에 까지 발걸음을 하던 일, 제이를 부여잡고 진한 키스를 하고는, 자신에게 할 질문이 두려워 피해다니던 마음까지 그대로 전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향해 길을 건너고 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오는 길을 그린 지도를 준다면 그 길을 따라가기가 너무도 쉬울텐데, 때론 험한 길이 우리 앞에 다가오기도 한다. 사랑을 향해, 사랑하는 상대방을 향해, 험한 길도 마다하지않고 헤쳐나갈수 있는 길이 분명 우리 앞에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길에 마주 설 때 즈음 우리는 사랑이 서로에게 닿아있음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