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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올 여름 휴가때
아랫지방에서 가기 힘든 강화도 여행을 계획했다. 여동생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합하면 일곱 명이지만 6.5평의 숙소에서도 같이 잘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 강화도 여행에서 묵을 숙소는 신랑 직원들의 복리후생으로 만들어진 숙소다. 한 달 전부터 예약하고 추첨해서 당첨되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5인 가족이 묵을 곳이었다. 평소처럼 강화도를 여행하고 오후 늦게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는데, 묵을 사람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우린 일곱 명이라고 말했다. 프론트에 계시는 그분은 무슨 소리냐며 절대 입실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우린 몹시 당황했고, 같은 직원이니까
어떻게 좀 해주겠지 하고 아무리 사정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5인 가족 입실해야 하는 곳에 7인 가족이 머무르다 사고가 나면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안된다고 하셨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짐을 로비에 놔둔채 신랑은 다시 한 번만 봐달라며 통사정을 했고, 멀리서 왔다는 사정에 통했는지
결국엔 들어주셔서 이틀 밤을 그 숙소에서 묵으며 우리 여행의 한 추억을 또 만들었다.
우리는 강화도
여행에서 너무 정직하게 인원수를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 달 전부터 부산 여행(11월 9일)을 하기 위해 숙소를 알아봤다. 역시 5인
가족이 머물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했고, 나는 나중에야 알았지만, 추가 인원수를 넣어 숙박비를 계산했다. 추가 인원을 넣었으면 이불이라든가,
숟가락 등 기타 주방용품이나 욕실용품을 넉넉하게 넣어주어야 하는데, 5인 가족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 또 한 가지 배웠다. 5인으로 들어오고,
우리가 조금 준비해 올것을, 하고 말이다. 우린 주말 새벽 5시경에 출발해 부산을 여행했다. 야경을 볼수 있는 버스투어도 예약했지만, 오후 9시
이후에 비소식이 예정되었지만, 7시도 안되어서 비가 내렸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제대로 투어를 할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는데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새벽부터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통에 나는 멀미가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때문인지 평소의 코스를 지나친다고도 하고 그래서 다같이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며 숙소에서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조금 부족한 듯한 여행이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 더 좋은 여행.
우리는 이렇듯
여행을 떠나면 숙소를 구할 수 밖에 없다.
호텔비가 비싸서
호텔에 묵지는 못하지만, 유스호스텔이나 리조텔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묵는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더군다나 호텔에
근무했던 저자가 직접 쓴 글이 아닌가. 호텔리어가 바라본 호텔의 실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10년을 호텔리어로 일해온 저자의
이 책은 호텔리어의 내부고발담이자 전미 호텔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문제작이었다. 첫페이지를 시작하면서, 체크아웃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이나 호텔
방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등 지금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손쉬운 요령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한 경우도 있었다. 숙박비가 왜 저렴할까 궁금했었는데, 이런 의문점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적은 팁으로도 프런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기분좋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년에 직원 한 분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직원은 먼저 입원해서 대학병원의 과장님을 찾아가 식사나 하시라고 이십 만원을 건네셨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셨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선택진료만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듯 몇백만원이 나오는 전체
병원비에 비하면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환자에게 특별 서비스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과 비슷하지
않겠는가. 제이콥 톰스키가 말하는 호텔에서 업그레이드를 받는 법, 특별 대우를 받는 법은 아주 작은 팁에 있었다. 얼마간의 돈으로 서로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 여행할 때 숙소에서 체크인할때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년전에 통영에 여행갔을때도 바다가 보이는 호실에
묵고 싶었지만, 회색 벽만 보이는 곳으로 배정해주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외에도 바퀴달린
가방이 나와 벨맨들의 직업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일들과 팁을 받기 위해 서비스 전쟁을 벌이는 도어맨들의 이야기와 호텔에 출입하는 손님들의
비밀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발칙하게 호텔의 내부를 고발하는 호텔리어로 인해 호텔의 실체를 제대로 안 느낌이다. 나는 책의 말미에서 '해고
되지 말자!' 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었다. 분노 조절을 못해 해고 당하면 그 사람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지겠는가. 아무리 짜증나는 손님이
와도 겉으로 표내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음지어야 할 호텔리어들의 생존법을 표현한 말이었다. 어디 호텔리어 뿐이겠는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을 만날
수 있는 글이었다.
이제 호텔에서의
대처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