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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그림을 보는 법 - 전통미술의 상징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13년 8월
평점 :
그림을 보는 일은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다.
삶이 힘겨울때, 위로가 필요할때 들여다 보는 그림은 시름을 잊게 하고 위로를 받는 일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언제 고민이 있었는지, 언제 슬펐는지 모든 것을 잊고 만다. 그런 위로와 위무의 시간이기에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을 즐긴다.
산수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우리 선조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여백의 미에서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기도 한다. 서양화와는 또다른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서양화와 우리나라 산수화와 다른게 여백의 미가 아닐까 한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마음을 비우게 되는 느낌을 받는 것. 이래서 옛그림이 마음에 더 들어오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 옛그림을 아는 법은 바로 우리 문화를 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 선조들의 풍류와 사상들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진 그 시대의 생각들, 염원들을 알수 있는 것이 옛그림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옛그림을 보면서 그림에서 풍겨져 나오는 흥취를 느낄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여유로움이 그림속에서 느껴진다.
옛그림은 아는 법은 바로 우리 문화를 안다는 것.
우리 옛사람은들은 그림속에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누군가에게 건네는 그림에서 강한 바램을 넣기도 하였다. 달을 보며 계절의 정취를 담아 마음의 즐거움을 느꼈고, 선비들은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그리며 자신들을 고결한 군자의 모습으로 닮고자 했다. 사군자의 각 특징을 보자면, 매화는 인고와 수절의 상징이었고, 난은 문인의 품격과 정신세계를 표현했으며, 국화는 고고한 기품으로 드러내는 선비의 지조를 비유했고, 대나무는 군왕의 높은 덕망으로 군자의 동반자를 비유했다.
윤용,<월야산수도>「편유영환첩」종이에수묵. 이경윤, <월야탄금도>16세기 후반경, 비단에수묵
위 오른쪽 이경윤의 <월야탄금도>에서도 보면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이 주었다. 달밤의 자연 속에서 탄금을 타며 풍류를 즐기는 선비, 풍경도 복잡하게 그리지 않았으며, 절제미가 있어 어딘가 환상적인 공간에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그림에서 흥취를 느낄수 있는게 우리 그림이란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의 문학은 당, 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로 인해 조선 문인들은 당, 송의 영향력인 도연명과 그의 뒤를 이은 시인들의 시취(詩趣)에 빠져 들었다 한다. 그들의 시를 읽으며 자신의 시작에 사용했다. 자신의 그림에 짧은 시를 짓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에 도연명이나 다른 이들의 시 한 구절을 넣기도 했다. 선비화가 윤두서의 작품 <무송관수도>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한 구절을 넣은 것처럼 말이다. 옛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림속에 짧은 시가 들어있는 것이 많았었다.
허련, <일지매도> 조선 후기, 종이에 수묵
조선의 문인들은 매화를 즐겨 그려 시와 그림의 소재로 삼았다. 특히 일지매는 봄의 전령사로서 특별히 사랑받았다. (84페이지) 몇 년전 이사하며서 집을 꾸밀때, 매화 그림이 너무 예뻐, 안방의 한 벽을 매화 그림으로 채워놓고 싶었다. 벽지가 너무 비싸고, 가구나 기타 다른 것과 조화가 잘 되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봄의 전령사인 매화 한 가지를 그려 보낸 글에서 사람들은 안부를 느꼈고, 점점 일지매가 안부를 나타내는 그림이 되었다 한다.
불교에서 연꽃은 청결, 순결, 불염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자신에게 이롭게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연이어 아들을 낳는다는 것'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한다. 그래서 연꽃 그림에 연밥을 새가 쪼아 먹거나 하는 그림이 있는 것은 남자 아이를 잉태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또한 석류가 알알이 박힌 그림들 또한 남아를 잉태하는 의미로 그렸다 한다. 이런 상징성을 알고 보는 그림이 더 재미있었다.
또한 TV 드라마 속에서 조선의 왕이 나오는 장면에서 왕의 의자 뒤엔 <일월오악도>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월오악도>는 '왕이 하늘의 아들임을 널리 알리다'라는 뜻을 가졌다. 다섯 봉우리의 산, 파도치는 물, 흘러내리는 폭포, 짙푸른 적송, 해와 달로 구성되어진 그림이다. 군신들의 관념속에 자리잡은 우주관과 음양사상, 천명사상과 길상 관념이 모두 농축되어 있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림의 상징성을 알고 그림을 다시 보는 일은 그림이 새롭게 보인다.
저자는 옛그림을 이해하는 법을 고전을 가까이 하라고 하였고, 그림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알고 싶다면 문집을 읽으라고 하였다. 또한 유교 역사관의 핵심 원리인 상고주의와 복福, 녹祿, 수壽로 나누어지는 길상 사상을 이해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림의 소재를 알고, 상징을 깨달으면 옛그림이 훨씬 가까워진다고 했다.
이렇게 옛그림을 보는 법을 보고나니 그림이 훨씬 이해하기가 쉽다. 서양화와는 또다른 멋이 느껴지는 우리 옛그림은 우리 선조들의 사상과 흥취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