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생 홍금보 2 - 완결 앙상블
육시몬 지음 / 청어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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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게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콩배우 홍금보를 기억하시는지. 둥글둥글한 얼굴에 역시 둥글둥글한 몸매를 가진 이다. 홍금보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홍콩배우 홍금보인데 조선에서도 홍금보가 있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기생으로 말이다. 제목에서부터 홍금보라는 조선 기생은 풍채가 큰 여성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내비친다. 또한 이 책이 코믹 시대물 로맨스 쯤 되겠구나 싶은 것이다. 청어람하면 영화사 외에 로맨스 소설을 많이 펴내므로.

 

육시몬 작가의 전작 『사이코 칸타타』가 좋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작가의 색다른 느낌의 책을 만나겠구나 기대했다. 『사이코 칸타타』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모여있는 육시몬 신경정신과에 있는 사람들과 그 건물 옥상에 사는 일명 고양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합심하여 트로트 가요제에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잔잔하면서도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게 된 책이었다.  

 

『조선기생 홍금보』의 주인공 홍금보는 사백 년 늦게 태어났으면 팔등신 소리를 듣고 살았을텐데, 사백 년 일찍 태어난 죄로 기생이되 다른 기생들과는 너무 다른 육척의 키와 큰 골격을 가진 이다. 일단 키가 커버리니 아담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겼을 다른 기생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를 가졌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다 목청도 커 조신한 여자와는 거리가 먼 기생이다. 그런 만큼 홍금보는 아직도 머리를 얹지 못했다. 그랬던지 사람들은 금보를 독각귀라 부른다. 하지만 홍금보도 잘하는 것이 한가지 있었으니 바로 소리하는 것이다. 청아한 목소리를 가졌고, 시를 들으면 그걸로 음을 만들어 소리를 낼줄도 알았다.

 

금보에게도 오매불망 좋아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장이강이라는 이로 꽃미남과인 얼굴을 가졌다. 홍금보는 통사관 장이강을 바라보고, 장이강은 벙어리 기생인 설향을 바라보고, 푸른 눈과 금발의 백인인 박수타는 홍금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들의 시선은 마주보지 못했고, 서로의 등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하나로 묶어줄수 있는게 전쟁이었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때이다. 무능한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피난을 갔었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왕이었다. 이런 왕이기에 신하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권력을 위해 상대편의 당파를 치려고 하고 당파를 지키려 한다. 활빈당을 이끄는 홍길동과 홍길동을 도우는 허균이 장이강의 벗이기도 하다. 

 

 

『조선기생 홍금보』는 완벽하지 못한 어딘가 조금씩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자신은 우리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속에서라도 완벽한 이성을 원하는 것인지 로맨스 소설에서는 모든 것을 가진 이성을 바란다. 우리 상상속의 인물로 주인공 이성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본래 조금씩 부족하지 않는가. 얼굴이 좀 못생겼다든지, 재산이 없다든지 하는. 이런 인물들 속에서 역사속에서 일어난 임진왜란 시기와 맞물려 이들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듯 이들도 서로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가슴아파한다.   

 

예전에  본 영화 〈음란서생 〉에서 그림을 넘기며 움직이는 그림이라해서 동영상이라고 했듯 이 책에서도 언어유희의 즐거움이 있다. 벙어리 기생 설향은 병풍 앞에서 입을 벙긋거리며 노래부르는 시늉을 하고, 병풍 뒤에서는 금보가 목소리를 내어 노래부른다고 해서 립신구(立身嘔)하는 표현에서도 그렇고, 육십갑자에 빗대어 소간지, 개간지라 부르는 것도 그렇다.  

 

로맨스 소설 특유의 달달함이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소설은 다분히 영화적이다.

영화속에서라면 웃음을 터트릴 만한 에피소드 들이 많았다. 신방을 차린 곳에서 박수타가 금보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에 낯뜨거운 소설인 '색주부뎐'을 읽어달라는 설정도 재미있다. 매일밤 '색주부뎐'을 읽는다고 생각해 보라.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스물여덟가지 체위가 그려져 있기도 하는 책이다. 밤새워서 읽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콩닥거리지 않겠는가.

 

영화로 보면 더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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