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표창원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게 어느 추리소설 표지에 들어있는 홍보문구 때문이었다.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감수한 작품'이던가 였다. 표지의 홍보문구에 한국 수사계에 중요한 인물인가 보다 했다. 지승호란 이름은 『닥치고 정치』에서 였다. 딴지일보 김어준을 인터뷰한 인터뷰어로 시사성 짙은 질문 때문에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공범들의 도시』를 읽어보니,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정의에 대한 신념, 경찰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알수 있었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표창원 박사를 인터뷰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 여겨 왔는지, 범죄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왔는지 알수 있었다' 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공범'이라는 것.  영화 '소원' 속의 아이를 보면서, 우리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어떠한 사건이 생겼을때, 그저 피상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곤 한다고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일인데도 남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무관심이 범죄를 부른다고도 했다. 현직 경찰관으로 근무한 이력답게 표창원은 경찰 시스템에 대해서도 쓴소리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한 범죄를 바라보는 이야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아동 학대에 대해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것을 꼬집었다. 죄 없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내리는 것들이 모두 그런 맥락이다.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 독립적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중매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연쇄살인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연쇄 살인범이 잡혔을때 주변 사람들은 '평소에는 온순하고 얌전했다' 라고 증언이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표창원은, 범죄를 저지른 연쇄살인범들은 청소년기에 일탈이든 범죄 행동을 저지르는데, 그런 것에서 반사회적 성향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이 사람이 타인과 교감하느냐, 타인이 인격을 존중하느냐,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타인의 감정과 정서를 고려하느냐,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합니다.(중략) 내면에 얼마만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느냐,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조절할 줄 아느냐, '(221~222페이지)로 심리나 성격적 위험성이 가늠된다고 했다.  

 

우리 나라에는 특히 3대 미제 의혹사건이 있다.  

개구리 소년 사건, 이형호 군 유괴 살인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그것이다. 표창원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의혹 사건들에 대한 공소 시효가 지나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살인 등 생명, 반인권적, 반인륜적 범죄, 권력적 범죄는 공소시효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사건을 당한 이들에게는 얼마나 가슴아프겠는가. 외국 같은 경우, 미제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 끝까지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제 사건이 있어도 사건을 해결할 인력이 부족하고, 담당 형사들도 발령이 나 미제 사건과 무관한 일들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TV 시리즈인 'CSI'에 열광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형사들이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볼수 없었던 과학수사를 하는 법의학자들의 활약을 다루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속 법의학자들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여 증거물을 채취하고, 그 증거물로 인해 범인을 잡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과학수사요원이 많이 있다면 금방 사건 해결을 할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표창원은 이에 대한 것도 말한다. 연쇄살인사건이 있었을때 프로파일러를 뽑아놓았지만, 제도적으로 그들을 방치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문제점도 말하고 있었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표창원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관행을 당연시 여겨왔는지, 범죄는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의 우리도 그렇지 않는가. 살인사건이나 성폭행 사건이 생겼다고 이야기할때 가슴아파하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금방 잊어버리곤 한다는 걸 꼬집었다. 불편한 진실에 다가설 용기를 낸다는 것. 표창원은 그런 인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