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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시간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최근에 읽었다. 또한 영화까지 개봉을 해 개봉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영화로 보기도 했다.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작품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이 다른 시각으로 나와도 궁금하기 마련이다. 톨스토이의 오마주인 작품이 나오면 우리는 또 읽는다.
19세기말 러시아 귀족사회를 뒤흔들었던 안나 카레니나가 현대의 뉴욕에서 '안나 K'로 다시 태어났다. 이 한 문구 만으로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던 사람은 다시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아주 큰 기대를 안고 보기 마련이다.
현대판 '안나 카레니나'는 전체적인 플롯은 비슷하다. 하지만 배경이 뉴욕인만큼 그들의 직업도, 생각도 톨스토이의 안나와는 다르다. 안나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의 딸이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나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씨 같은 소설속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알렉스 K와의 결혼이었다. 다아시 씨나 히스클리프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지만, 안락함과 돈 걱정 없이 살수 있겠다는 걸로 위안을 삼았다.
안나의 사촌 카티아는 데이비드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는 작가 지망생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갈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로 카티아를 사랑했지만, 우연히 방문한 안나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고는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다. 안나에게는 아들 세료자가 있었지만, 아기에게 사랑을 베풀기 보다는 데이비드를 만나는데 시간을 쏟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매는 더 살이 붙었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안나에게 데이비드를 뺏긴 카티아는 상심하고 있었지만, 어렸을적부터 자신을 좋아했던 레프와 결혼하게 된다.
사랑의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처음 사랑에 빠질때 불타는 사랑을 하며 사랑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 식어버리기도 하는게 사랑이다. 사랑이란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식을수 밖에 없다. 나이 많이 먹은 남자와의 무료한 결혼생활을 하며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낄때, 젊고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자신의 가정을 포기하고 사랑을 찾아 떠나고 싶어 질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남자에게 자기보다 어리고 아름다운 여자가 생길까봐 늘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생긴다면, 그 또한 불행일 것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도 불행하다고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어도 그 사랑이 깨질까봐 불안해 하는 이는 더 큰 불행이라고 볼수 있다. 톨스토이가 썼던 『안나 카레니나』와 이리나 레인이 쓴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또는 지금 우리의 모습들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소설이었다.
한편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다른 결말을 지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비슷한 결말로 인해 다시 안나의 삶을 생각해 본다. 19세기의 안나, 현재의 안나, 그들은 불행한 삶을 살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보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