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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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또 다른 축인 음악, 프란츠 리스트의 '스위스'라는 부제가 붙은 '순례의 해'에서 'Le Mal Du Pays'를 몇 시간째 듣고 있다. 노스탤지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오래 듣고 있으니 마치 숲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나게 한다. 차 한 잔을 탁자에 두고, 창가에 앉아 창 밖으로 보이는 숲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음악을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답게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곡은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했다. 십대시절 친구가 피아노곡으로 들려주던 것을 주인공인 쓰쿠루가 이 피아노 곡을 듣고 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곡. 음악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음악으로 시작하는 책 이야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 음악은 우리 생활을 함께 하며 소중했던 추억의 한 곳에 자리잡기도 한다. 음악을 떠올리면 추억속의 누군가가 떠올려지는 것처럼.

 

나를 색채로 따진다면, 내가 블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아마 블루를 연상시킬것 같다. 그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떠올려지는 색채가 사실 있다. 또한 자신만의 특기나 떠올려지는 그 무엇을 어떠한 색채를 지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처럼 이름에 색채가 있는 경우, 더군다나 다섯명의 모임에서 다들 색이 들어간 이름을 보면, 그중 한 명의 이름에서 찾을 수 없는 색채 때문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라고 불리기도 하겠다. 하지만 이름에 있는 색채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색채'를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3년만에 펴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이라하는데, 그동안 나는 하루키의 에세이만 몇 권 읽었다.

『노르웨이의 숲』이래 처음으로 다시 집필한 리얼리즘 소설이라 한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하루키와 전혀 달랐던 에세이 속의 하루키. 그의 신작 소설을 오랜만에 읽다보니 책 속 쓰쿠루에게서 하루키의 모습이 조금 느껴지기도 한다.

 

십대 때부터 함께 해왔던 다섯 명의 친구들 모임, 그들로 부터 갑자기 추방되어 16년을 산 뒤, 쓰쿠루가 왜 그들로 부터 추방되어야 했는지를 찾아가는 순례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엔 리스트의 '순례의 해'라는 음악이 함께 하고 있었다. 쓰쿠루는 '순례의 해' 속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던 곳이자 그들로 부터 내침을 당한 곳, 나고야로 떠나게 된다. 왜 내침을 당했는지, 친구들을 찾아가봐야 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쓰쿠루의 여자친구 사라의 힘이 컸다. 직접 친구들의 소재와 연락처를 찾아 건네주기까지 했다. 좋은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사라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갔던 친구들의 내침에서 이제는 그 아픔과 상실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서 내침을 당해 본 사람은 쓰쿠루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어떤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친구들에게서 추방을 당하게 되면 견딜수 없었으리라. 쓰쿠루 또한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했던 시간, 상실의 시간들을 지내왔다. 그러던 차에 가까워진 몇 살 어린 친구와 처음으로 가깝게 지냈지만, 그 친구와도 언젠가는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감정을 안고 살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추방을 당해 본 사람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주지도 않고, 다 주지도 않는다. 사람과의 사이에서 소극적은 감정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436페이지)

 

상처받은 감정들을 뒤로하고, 남은 네 명의 친구들을 잊어버리자고 마음 먹었을때부터 쓰쿠루는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성적인 꿈을 꾸게 된다. 그럴때마다 혼란스러워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추방당해야 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 뒤늦게, 16년이 지난 뒤에야 친구들을 찾아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추방당했던 이유를 듣게 된다.

 

닫힌 문 밖에서 문을 두드렸을 상상속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친구와 다른 친구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말해야만 했는지 정확한 진실은 알수 없다. 그저 추측만이 그들과 함께 한다.  

 

인생은 복잡한 악보 같다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16분 음표와 32분 음표, 기묘한 수많은 기호,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시들로 가득 차 있다.  (404페이지)

 

다섯 명의 친구들의 모임에서 쓰쿠루가 추방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 다 같이 자주 만나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쁜 관계를 유지하며 살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수 없으므로. 인생을 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 많은 일들과 사람들의 관계가 있으므로. 삶은 알수가 없다. 우리에게 있는 상실의 시간들을 다 되돌릴 수는 없다. 상실의 시간은 그 시간대로 존재하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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