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결전
우영수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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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적에 역사 시간에 배웠던 '묘청의 난'을 새롭게 조명하는 책을 만났다.

고려시대, 서경 출신의 묘청은 풍수지리설에 의거, 개경의 지덕이 쇠약한 때문에 고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판단, 서경 출신의 정지상과 백수한 등의 지지를 받아 당시의 왕이었던 인종에게 서경으로 천도를 옮길 것을 제안하였다. 인종은 서경의 명당인 임원역에 '대화궁'을 짓게 하였고, 반면 경주 출신의 김부식은 서경천도계획을 극구 반대하였고, 인종은 서경천도계획을 단념하고, 묘청은 반란을 일으켰다.

 

 

인종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했던 이자겸의 난을 비롯, 우리 역사서에 있는 난들이 왕권을 도전하는 난들이 있었던데 비해, 묘청의 난은 왕권을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국호를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라고 지었으며, 새로운 왕을 옹립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왕을 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인종을 왕으로 세우고, 단군 왕검이 나라를 세웠던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후의 결전』은 묘청의 난을 재구성한다. 고구려의 정통성을 계승하여, 고조선을 세웠던 단군 왕검의 뜻을 이루어 북방으로 나가려 했고, 자주적인 고려를 찾고자 한 정지상과 중국의 유학사상을 바탕으로 지금의 고려를 유지하고 싶은 김부식의 한판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 일이었다. 서경파와 신라 출신인 김부식의 동경파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서경파인 정지상은 운명을 바꾸려 했고, 동경파인 김부식은 권력을 지키려했다. 묘청이 뜻이 아무리 위대하였다고 해도, 그는 대결에서 패한자다. 묘청의 난이 끝난 후 김부식은 승승장구했고, 인종의 곁에서 다시 권력을 그러쥐었다.

 

 

고려의 권력 구조가 개경 세력과, 개경 세력을 견제하는 서경 세력으로 인해 권력이 균형을 이루었다면, 묘청의 난으로 인해 묘청과 함께 서경천도계획에 참여했던 정지상 등이 죽고나서는 개경의 문신 세력들이 독주를 하게 되었다. 힘이 없던 인종의 곁에서 김부식등의 문신세력들은 왕을 허수아비처럼 여겼고, 문신 귀족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들이 후에 무신 정변을 일으켰다 하니, 권력을 향한 욕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정지상과 김부식의 대결을 그린 이 책이 소설이 아닌 역사를 있는 그대로 써낸 역사서적인줄 알았다. 묘청의 난을 일으켰던 배경과 정지상과 김부식의 대결을 역사서로 써냈다면 역사의 진실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어서 더 흥미진진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예를 들면 정지상의 여인을 가상의 인물로 내세웠던 점이 그랬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그토록 읽어주었던 삼국사기도 이긴 자의 역사를 다르게 쓰기였던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이처럼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다. 기록을 남길때 자신들이 했던 잘못은 슬쩍 빼버리고, 역사를 새롭게 쓰기도 한다. 이런 면을 이 소설에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역사서를 읽는다는 것은 역사를 새로이 보는 시각을 열어주는 일인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역사적 지식을 기억해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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