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2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2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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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최영 장군을 생각하면 국사 시간에 익히 들어왔던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국사를 좋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오래전에 배운 것이라 그런지 그의 이름만 생각나고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이번 『신의』읽으며 최영이 고려말 많은 왜구를 물리쳤고 왕의 친위대인 우달치부대에 속해 왕들을 지켜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쌍화점〉이라는 영화에서는 원나라 노국공주를 저버리고 공민왕은 동성애를 하는 걸로 나오고 자신의 시름을 잊고자 말타는 그림을 즐겨 그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공민왕을 호위한게 최영 장군이라니,, 망각의 길에서 나는 헤매었었나 보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내게 〈모래시계〉와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의 이름은 아주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작가의 드라마들은 거의 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내게 드라마 〈신의〉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안 본 드라마중의 하나이다.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것을 소설화한 것을 읽으려니 살짝 부담도 되었다. 드라마의 특성상 한 회,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가 많을텐데 여러 권의 장편 소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들에게 인기있었던 드라마 작가이기에 작가의 소설은 쉼없이 읽혔다. 드라마적인 요소로 무사들의 고요한 삶, 왕을 위해 내놓은 목숨, 또한 한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는 모습들에 어느새 빠져버렸다.

 

 

『신의』는 고려 시대의 무사 최영이 2012년의 여의사 유은수를 만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고, 고려의 진정한 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1편에서는,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10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어 고려로 오게 된 왕과 왕비를 호위한다. 오던 중에 왕비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때문에 왕비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왕의 곁에 있던 조일신은 '신의'에게 왕비의 목숨을 맡기자 하고, 근처에 하늘의 문이 있어 그곳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왕의 명령으로 하늘의 문으로 다가선 최영은 고려의 풍경과는 너무 다른 장소에 와 있다. 마침 의학회에서 발표를 하려던 유은수를 발견하고 여의사를 데리고 하늘의 문을 빠져나오고 왕비의 목을 수술해 살려놓는다. 다시 자기가 살던 곳으로 가려하지만 왕의 어명으로 그곳에 남게 된다. 

 

 

2편에서는, 고려에 남게 된 유은수,  칼에 베인 최영을 수술하지만, 더이상 상처 수술부위 보이기를 거부해 패혈증에 걸리고 만다. 그런 와중에 기황후의 오라비인 기철은 최영을 탐내고, 왕은 기철에게 갈지도 모르는 최영을 붙잡기 위해, 기철 앞에서 은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의선'이라 말한다. 기철이 거느린 이들과 우달치 부대원들이 싸우는 장면은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 표현하지않는 현대의 은수와 은수가 보기에 역사속에 존재했던 최영의 로맨스가 보인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아직 여러권의 책이 나올테지만, 책속의 내용을 드라마의 화면으로 몹시 만나고 싶었다.

 

 

작은 초가집의 작은 마당, 그 안에서 나를 보고 웃는 그분들, 그분들을 지나쳐 나에게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그 바람에 묻어나는 그분의 향기, 그 웃음과 그 향기를 지키기 위해 나는 살아야겠다. 언제고 떠나시는 날, 내 손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내가 살아야겠다.  (2권, 407페이지)

 

사실,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로맨스 소설에서는 자주 나오는 소재이다.

한동안 TV 드라마에서도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드라마를 많이 방영했고,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았다고 했다. 역사속의 인물과 현대의 인물이 만나는 건 그야말로 판타지라, 우리의 궁금증으로 인한 우리의 상상력을 한 수 위로 끌어올려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역사속의 인물은 역사속의 말을 하지만, 현대의 인물은 현대의 말을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움을 주는 것 같다. 역사 속의 여인은 할말을 다 하지 못하고, 남자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지만, 현대의 여성은 자기의 할말을 다하고, 이야기를 하며 티없이 웃을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같다. 강화도에 위리안치된 공민왕의 조카이자 선왕인 경창군과 은수가 대화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마음에 담는 최영처럼.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은수가 살고 있는 곳으로 보내주기 위해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최영의 마음이 점점 움직인다.  

     

 

 

 

드라마의 끝을 나는 모른다. 드라마의 내용과 같이 나갈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대와 과거 속의 인물이 이루어질수는 없을 거라 생각은 한다. 아마 안타까운 이별을 하겠지. 드라마가 배우들의 표정들과 행동들로 우리가 그 상황과 마음을 판단할수 있다면, 책은 그들의 내면을 글로 읽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영과 유은수의 속마음, 그들의 심연속에 울려퍼지던 그 깊은 마음들을 우리는 알수 있다. 또한 공민왕의 어머니의 더 깊은 속내까지 우리는 알수 있었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에게 공감을 하기도 했다.  

 

 

무협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작품이어서 즐겁게 읽었다.

계속 이어져오는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는데, 재미있는 내용때문에 어쩔수 없이 3권이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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