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식사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신간이 나왔을때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 있다.

표지를 보았을때, 작가의 이력과,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는 몇 줄의 글때문에 그 책을 못내 읽고 싶어 가슴에 남는 책이다. 책을 구입하고 책을 편다. 책에 대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고는 기쁨에 겨워한다. 책을 읽어가며 점점 빠져든다.

 

 

내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소설가라는 메이어 샬레브의 소설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을,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역사를 알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생소한 나라의 작품을 읽으며 이스라엘에 조금 다가간 느낌이 든다. 이스라엘, 유대인의 나라,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것 정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소한 나라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설렘이며, 즐거움이다.

 

 

 1940년 이스라엘의 한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자이데'로 할아버지란 뜻을 가졌다. 자이데의 어머니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고, 라비노비치의 외양간에서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자이데가 태어난 후 자신이 자이데의 아버지라 여기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라비노비치이고, 또 한 사람은 야콥 샤인펠드, 또 한 사람은 소장수인 글로버만이었다. 자이데의 어머니는 세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세 사람의 아버지가 있는 자이데, 세 사람의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은 자이데, 세 사람의 아버지로부터 각자의 외모의 한 부분씩을 물려받았고, 각자의 생각으로 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다.  

 

 

그런 그에게 식사 초대장이 온다.

아버지라 주장하는 세 사람 중 야콥 샤인펠드가 초대한 식사로, 그와 함께 29년동안 네 번의 식사를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식사를 하면서 야콥은 자이데에게 자신의 삶, 자이데의 어머니 유디트가 처음 들판을 걸어온 날부터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긴 이야기를 한다. 그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자기 아내였음에도 유디트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쩔수가 없었다. 유디트가 받아주지 않아도 평생에 걸쳐 유디트를 사랑하는 일이 아름다웠을뿐만 아니라, 자이데를 자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커다란 식탁에서 자이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야콥은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 장수 글로버만의 이야기와 자이데에게 라비노비츠라는 성을 물려주었던 라비노비치의 이야기도 말해 준다. 라비노비치와 쌍둥이 처럼 닮았던 아내의 이야기도 말해준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이야기하며 자이데는 점점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써 간다.

 

 

함께 밥을 먹는 이를 우리는 '식구'라고 한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밥을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밥을 같이 먹게되는 사람과는 남남처럼 그렇게 지내질 못한다. 밥을 함께 먹는 가족. 밥을 함께 먹으면 없던 정도 생긴다고 말할 정도로 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따스함을 주는 것 같다. 우리 엄마아빠가 젊었던 시절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그 시절의 인사는 '식사하셨어요?' 이다. 밥 못먹는 이들이 많았고, 굶어죽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도 아프리카쪽에서는 하루에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렵게 사는 이들이 많다. 어느 영화에서도 애증이 있는 사람에 '밥은 챙겨 먹었느냐?'고 물어보면 괜시리 울컥해지는 경우가 그런 이유 아닐까.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음식만 먹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마음을 나누게 되는 것이므로.  

 

 

 

유대인이 사는 시골마을은 우리나라의 시골과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다.

1950년대의 이스라엘의 어느 마을,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 인지도 다 알 정도로 조그만 마을에 라비노비츠의 유디트에게 마음을 쏟은 세 명의 남자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과연 자이데가 누구의 아들인지. 매주 오후 4시면 유디트가 좋아하는 술 한 병을 가져와 함께 마시며 오후 시간을 함께 했던 글로버만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를 시기하지 못했던 남자들. 그들은 그렇게 평생 순애보를 간직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원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 유디트에게도, 자이데에게도 평생을 걸쳐 그렇게 사랑하고 보살필수 있을까 싶다.

 

 

야콥과 함께 네 번의 식사를 하며 자이데는 자신의 인생을 걸어나간다.

오로지 한 사람, 자이데만을 위해 준비한 식사에 초대받아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살아갈 삶의 방향을 생각했던 자이데는 그렇게 야콥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추억하며, 글로버만과 라비노비치의 삶을 추억한다. 엄마의 삶과 야콥이 보는 엄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간다.

 

 

메이어 샬레브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이스라엘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듯 아름답고 따스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한 끼의 식사를 함께 했던 이들, 우리가 식구라고 부르는 가족과의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생각해본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을 함께 하는 일이 마음을 데우는 일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도 감동적인 네 번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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