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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때 친한 친구들 몇명이서 모여 '또래'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부모님이 잘 안계시는 친구집에 몰려가 그 친구집 냉장고를 거의 털다시피 꺼내 먹기도 하며, 밤을 새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또한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를 한답시고 모여 공부는 뒷전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친구들이 모임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는게 바쁘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임 안한게 몇년이 되었지만, 늘 계속 만나왔던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갑자기 '또래' 친구들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책이다.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의 우정과는 좀 다른 진한 피를 나눈 느낌이 든다.
여자들의 우정이 질투를 동반한 우정이라면, 남자들의 우정은 좀 다른 것 같다. 얼마전에 본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본 것처럼 좀더 끈끈한 감정을 나누는 것 같다. 이 책도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내용이다. 서른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친구가 다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전동차 안에서 자신들의 과거의 추억을 꺼내보는 구성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다. 서른 살의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임용시험이라는 이름하에 공부하고 있는 이의 고난한 여정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의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비애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어렸을때부터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내용이다.
흥선군에게 '천하장안'이라는 사람들이 있어, 개인 경호와 정보 수집 등을 해주는 심복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귀관이라고 불러 '귀관'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이 친구들 네 사람의 이름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을 따서 '천하최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다. 이들 네 사람은 성격도, 성적도 다 제각각이었다. 영인이는 전교등수 10등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덩치가 큰 완균이와 이 책의 화자 '나' 승언은 마른 몸매에 소심한 성격에 공부는 그럭저럭이었고, 성운이는 공부는 못하는 쪽에 들면서 싸움을 잘하는 친구였다. 이들은 영인의 집에 모여, 영인의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해 많이 갖고 계신 비디오테이프로 된 영화 보기를 즐겼다. 그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영화들은 이소룡의 영화거나 성룡의 영화였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전화를 하지만, 그때 90년대의 소년들은 휴대폰이 없었을때였다. 주로 친구들 집에 모여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이었다. 지금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그들의 추억담을 읽으면서, 슬며시 눈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연애편지를 썼던 이들이다. 문장 실력이 없어 글을 조금 쓴다는 '나' 성언에게 그 여자애의 성격이나 취향, 생김새를 알려주면 성언은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었다.
연애편지 대필 사건을 보니, 갑자기 고등학교 때의 일이 떠오른다.
학원을 다녔었는데, 축구를 잘하고, 피부색깔이 가무잡잡한 한 아이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에게 쪽지를 건네고, 그 아이는 그 글씨체의 장본인을 찾고, 나란 걸 알게 되어 나를 빤히 쳐다보았던 그 남자애. 몇년이 지난 후 우연히 연락이 닿아 둘이서 찻집에서 만났던가, 맥주집에서 만났던가 했었는데, 핑크빛 마음을 품었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가고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추억들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몇 년간 만나지 못했어도 늘 마음은 어제 만난 것 처럼 느껴지는 친구들.
우리는 그 친구들과의 사이를 우정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사정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늘 만나고 있는 사이처럼 느껴지는 친구. 별일이 없으니 연락도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듯 한 친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있으므로 해서,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었다. 늘 영원할 것 같은 그들의 우정. 그들은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