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이야기를 읽는다.

사랑이야기만큼 내 감성을 울리는 일도 없다. 제목을 보았을때, 책의 내용을 대충 알았을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지펴져 오는 따뜻함이 있다. 내 마음을 두드리고,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다. 난 그럴때 그 책을 읽게 된다. 물론 내가 예감했던 그 두근거림이 다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그 느낌이 맞을때도 많다.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책을 둘러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홍보하는 글을 읽는데, 쌓여있는 읽어야 할 책들을 뒤로 하고, 난 몹시도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순수한 사랑, 완전한 사랑, 내 마음을 울릴 사랑. 또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사랑이야기란걸 그냥 알게 되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막바지에 이르던 해에 일어난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에 감동받아 장예모 감독은 이 책을 원작으로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했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영화관련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았지만 구할수 없었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것만 나와 있었다. 원작을 읽고 바로 영화를 보려던 내 계획이 무산되었다.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허탈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화면으로 볼수 없다니, 장예모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화면속 이 이야기를 만날수가 없다니 안타까움에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대혁명의 시대에 중국을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중국인 여성 징치우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첫사랑 쑨젠신을 추억하며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아이미가 쓴 실화소설이다. 

 

 

혼돈의 시기인 중국, 그 속에서 아직 고등학생인 징치우는 아빠가 지주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시골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오빠도 역시 시골에 가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는 아픈 몸을 참아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엄마의 월급으로는 살아가기가 힘들어 방학때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징치우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재 편찬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시춘핑이라는 시골로 가게 되었다. 마을 촌장인 장촌장이 마중을 나와 데리고 가는 길에 그들은 산사나무 아래에서 쉬게 되었다. 산사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을 지나가던길에 뒤돌아 보자 그곳에 준수한 청년이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각자 지내게 될 집을 배당받던중 징치우는 장촌장의 집 둘째 딸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그집의 어머니에게 환대를 받고, 그 집의 둘째아들 청린과 맺어주려하지만 징치우는 왠지 탐사대에 있는 쑨젠신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쑨젠신은 점심시간이나 잠시 쉬는 시간일때 장촌장의 집으로 찾아와 징치우의 교재 편찬하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며 자꾸 징치우의 곁에 머문다. 자신이 처한 집안 상황을 볼때 쑨젠신과 같이 손을잡고 걷는 일도 조심하며, '소자산계급'의 마음이 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애써 달랜다. 그럼에도 그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그와 함께 있을때 떨려왔던 그의 몸처럼, 자신의 마음에도 떨림으로 가득찼다.

 

 

사람이 떠나 뒤에야 사랑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갑자기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돼서야 비로소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46페이지)

 

 

난 일 년 일 개월동안 너를 기다릴 수 없어. 네가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기다릴 수 없어. 하지만 난 평생 너를 기다릴 수 있어.  (454페이지)

 

 

이토록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걸, 그것도 실제 일어난 이야기라는 게 우리를 감동으로 이끈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다. 너무도 순수한 사랑을 했던 이들,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이를 잊지 못해 평생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가, 그를 추억하기 위해 소설화 시킬 결심을 했던 징치우의 감정이 참으로 애틋하였다. 5월이 되어 산사나무에 붉은 꽃이 피면 꼭 함께 가자던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그들. 하지만 징치우의 가슴속에 그는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였다.

 

 

백혈병에 걸린 젊디젊은 남자, 그를 사랑하는 어린 연인.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순수한 연인들. 사랑하는 어린 연인을 위해 자신의 병과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남자. 이런 이야기는 통속적인 연애소설의 단골 주제지만, 우리의 마음, 감정선을 흔드는 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으며 북받치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오열을 터트린다.

 

 

징치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다시 십대의 감정에 휩싸인다.

우리가 했던 첫사랑의 그 순수함이 떠오른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와,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을때, 자기가 처한 상황에도 그를 향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그에게로, 그에게로 한없이 날아간다. 마치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징치우, 징치우.

 

이렇게 꼭 두 번씩 불렀던 쑨젠신의 목소리를 들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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