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얼굴, 자화상 - 뒤러부터 워홀까지 자화상으로 그린 화가의 진실
로라 커밍 지음, 김진실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위로를 받고 치유를 얻기까지 한다.

실제로 원작을 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림이 들어간 책 보기를 즐겨한다. 책으로라도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는 얼마전에 이웃분의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보고 마치 훔치듯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묵직한 두께와 함께 선명한 그림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있어 보는내내 즐거웠다. 자화상은 화가의 얼굴을 알릴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 그들이 말하는 독백까지도 우리에게로 향한다. 화가의 자화상에서 우리는 화가의 고뇌까지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뒤러의 자화상은 예수의 얼굴같다.

구불거리는 머리칼하며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움직이는 사진같기도 하다. 다른 화가들이 자화상에 아무런 서명도 하지 않는데 비해, 뒤러는 자신의 모든 그림에 서명을 했다 한다. 뒤러는 자신의 작품이 지닌 독창성에 민감했을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산권으로 지키기 위해 서명하고 법적으로 보호받고자 했다 한다.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 「자화상」 1500 나무판에 유채

 

 

 저자는 16장에 걸쳐 주제를 정해 화가들의 자화상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특별히 뒤러, 렘브란트, 벨라스케스는 별도의 장으로 그들의 자화상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림의 화풍, 그렇게 그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그림을 좋아하되, 잘 알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화가들의 삶에, 그림 기법에 한층 더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의 영혼이고 자화상을 이끄는 빛이다.  (120페이지) 

 

사람들은 렘브란트의 그림이 언제나 있는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그를 담아낸다고 생각하곤 한다고 했다. 초기 자화상에 비해 후기 자화상을 더욱 그렇게 본다며, 렘브란트는 젊었거나 늙어거나 언제나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젊었을적 자화상에서부터 나이가 많이 든 자화상을 주욱 살펴보며 렘브란트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화하는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렘브란트가 나타내고자 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그림으로 만나고 있다.

 

렘브란트 판 레인(1606~69),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 1663년경, 캔버스에 유채

 

 

 아래 그림은 박민규 작가의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모티프가 되었고, 표지로도 사용되었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그림이다. 그림속 왕녀는 마르가리타 공주이며, 공주의 곁에는 못생긴 난쟁이 여인이 있고, 아주 어린 시동들이 있다. 또한 커다란 이젤 앞에 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가 벨라스케스이다. 화가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얼굴을 그림에 집어 넣었다.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에만 그린게 아닌, 다른 그림에도 이렇듯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그림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의 그림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듯, 이 그림 한장에서 우리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저자도 표현했다. 작가가 무슨 의도로 그림을 그렸는지 설명을 읽다보면 한 편의 소설을 연상시켰다. 작은 액자하나에도 에스파냐의 펠리페4세 왕과 왕후의 모습을 그렸고, 이제 막 들어오는 사람도 그렸다. 그림을 보다보면 무엇하나 놓칠수가 없다. 아주 작은 그림 하나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내용들이 숨어있음을 알수 있었다.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이 벨라스케스(1599~1660), 「라스 메니나스」 1656년경, 캔버스에 유채

 

 

 이외에도 많은 화가들의 자화상을 소개했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언급하지 않을수가 없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아래 그림에서 그의 친구인 고갱과 다투고 귀를 잘라 붕대를 감은 모습을 그렸다. 고흐는 모델 구할 돈이 없어서 자신의 얼굴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 아는 분에게 얻은 그의 자화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경제적 결핍이, 그림에 대한 열정이, 정신적으로 피폐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모습들이 그대로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빈센트 반 고흐(1853~90),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1889, 캔버스에 유채

 

 

빈센트 반 고흐는 추호의 자기 연민을 섞지 않고 자신을 그렸다.  (344페이지)

 

 

빈센트 반 고흐(1853~90), 「자화상」1889, 캔버스에 유채

 

 

화가는 왜 자화상을 그렸을까?  

 

저자는 뒤러에서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뭉크, 워홀까지 그들의 자화상을 소개하며 화가가 왜 자화상을 그렸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자화상은 자신의 실력을 고객에게 알리거나, 또는 자부심, 스스로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그렸다. 저자는 화가가 자신에 대해 숙고하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려는 목적으로 그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를 '세상을 향한 얼굴(A Face to the World)'이라고 했다. 화가들도 세상을 향해 손내밀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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