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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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춘기 시절은 어땠을까?

지금의 아이들이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었으리라.

 

 

생각해보면, 한스 기벤라트의 주변 인물들처럼 행동하지 않았을까. 공부를 잘하면 잘한만큼 기대치가 커져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는 말들을 했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만 하면 다른 아이들보다는 앞에 서서 그애의 능력이 빛이 발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 공부보다는 친구들이 더 좋을 나이가 되고 보니 그건 부모 마음으로 되지 않았다. 공부건, 그애의 삶이건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새삼 느끼고 있다. 공부 또한 그 아이가 하고자  했을때 성적도 나오는 것이지 부모의 욕심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한스 기벤라트를 내 아이처럼, 한스의 주변 인물들, 그 아이에게 공부를 시켜주는 목사나 교장 들이 꼭 내 모습처럼 보였다.

 

 

마을에서 가장 재능이 많고 명민한 아이 한스 기벤라트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가 그랬다.

한스도 교사들, 교장, 이웃 사람들, 목사, 학교 친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잠잘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를 했다. 또한 자신이 좋아했던 산책도 줄였고, 키우던 토끼도, 좋아하던 낚시도 줄였다. 토끼 키우는 것도, 좋아하던 낚시를 줄이고 그리스어 공부와 히브리어 공부에 매진해 모두가 원하던 '주시험'에 합격을 하고 신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한스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춘기 소년들이 그러하듯 그곳에서 한스와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헤르만 하일너와 친해지면서 그가 했던 행동들을 같이 하게 된다. 모범생이었던 한스가 친구와 함께 어울려다니며 공부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자 교사들과 친구들은 그에게 차갑게 대하고 한스는 신경쇠약에 걸리고 만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된 한스는 숲속을 산책하며 마음을 달래고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독일 태생인 헤르만 헤세의 어린 시절을 보면 책 속의 주인공 한스와 닮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시대의 사춘기 소년들과 지금의 사춘기 소년들의 모습이 너무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특별반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꼭 합격하기를 기원하고, 주위에서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때의 상실감은 상당히 큰 것 같다. 깊은 상실에 빠져 있을때 자신 스스로 추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산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아침 숲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기둥처럼 열을 지어 죽 늘어선 가문비나무들이 한없이 넓은 숲의 홀을 푸른빛이 도는 초록색의 둥근 지붕으로 덮고 있었다. 큰 나무 밑에 자라는 관목은 별로 없고 여기저기 블루베리 덤불만 있을 뿐이었다. 대신 모피처럼 부드러운 이끼 담요가 몇 시간이나 걸어도 끝이 나지 않을 만큼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위를 키 작은 월귤나무와 에리카 꽃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슬은 벌써 말라 있었다. 아침 숲 특유의 후덥지근한 기운이 꼿꼿한 나무들 사이에 감돌았다. 햇볕의 따뜻한 온기, 증발한 이슬, 이끼 냄새와 송진과 전나무 잎과 버섯 냄새가 뒤섞인 그 기운이 몽롱하게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듯 휘감았다. (53페이지) 

 

 

헤르만 헤세의 책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는데 그의 책은 고민하는 십대들의 심정을 많이 대변하고 있었다. 위의 문장에서처럼 한스가 산책을 나갔을때 보는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그가 안내하는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요한 아침의 숲에서 이끼 위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보는 풍경,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눈부신 햇볕을 바라보는 일이 그렇다. 

 

 

 

 

그의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영혼은 다른 세계로 옮겨간 것 같았다. 그 세계에서 그의 영혼은 낯설고 불안하게 날개를 파닥이며 아직 편히 쉴 곳을 못 찾고 헤맸다.  (112페이지)

 

 

지금의 십대 아이들도 수많은 고민으로 마음속에 격랑을 안고 있다.

자신이 목표한 일에 매진을 다 하지만, 부모의 과도한 욕심으로 엇나가기도 한다. 한스처럼 수레 바퀴 안에 깔린 아이들, 우리의 십대 시절도 그랬고, 지금의 십대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른이어도 수레바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목표를 세워두고 강력하게 추구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는게 진정 행복한 일인지 살펴봐야 겠다. 더불어 부모인 우리를 뒤돌아보며 한스의 주변 인물들처럼 행동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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