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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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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은 모든 것을 수용할 것 같은 따뜻함이 있다.

또한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엄마의 품속이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간의 갈등이 없잖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한 가족이 집안에 모여 있지만 어떨 때 보면 각자의 방에 들어앉아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한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속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할 것 같은 가족도 한두 가지의 비밀을 간직하기도 하고, 마음 속엔 저마다의 생각들로 가득차 있다. 한 가족이되 가족의 속마음까지는 다 알수는 없는 법. 고종석 작가의 신작은 우리들에게 가족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각자의 독백 형식을 빌어 들려주고 있다. 

 

 

사회과학 서적과 외국어소설을 펴내는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있는 한민형이 첫번째로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책은 세상에서 나를 격리하는, 아니 보호해주는 벽이다. 책속의 추함이 현실의 추함을 따라잡는 법은 거의 없다. 책속의 비참함이 현실의 비참함을 넘어서는 법도 거의 없다. 책은 내 아편이다. 술만큼이나.'  (9페이지)  라고 자조를 하며 프랑수아즈 파리스의 『행복한 가족』이란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는다. 그가 이 책을 읽는 이유, 과연 행복한 가족이란 존재하는 것인가를 묻는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지만 각자 마음속엔 다른 마음을 조금쯤 숨겨두고 있다는 걸. 민형이 만나는 사람들은 술친구들이다. 마음을 터놓는 이들도 술친구들 밖에 없다. 어머니를 보지 않은지는 오래고 아버지도 회사에서만 업무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는 술로 자신의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24시간 술을 마셔도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을 달랠 길이 없다.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그들은 서로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독백을 읽고 있다보면 그들은 민형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용서할 수 없었고, 잊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민희를 추억한다. 그러면서 각자의 생각에 골몰한다. 이어 독백하는 사람은 민형의 아버지와 민형의 어머니, 민형의 아내 순으로 이어진다. 또한 그 집에 입양되었던 민형의 또다른 동생 영미와 영미와 같은 나이인 민주, 또는 민형의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민형의 후배와 민형의 장모, 민형의 딸, 마지막엔 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민희가 남은 이야기를 마친다.

 

 

내 위선은 지혜로운 위선이다. 가족들 사이에 평화를 만들어내는 위선. 가족들 사이에 사랑을 만들어내는 위선. 비록 그 평화가 당장이라도 바스러질 듯 위태위태한 것이고, 그 사랑이 보기에만 아름다운 치장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82페이지)

 

 

하기야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어떻게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153페이지)

 

 

내 마음은 탈옥중이지만, 그 탈옥은 미완료 상태다. 아니 내 몸은 마음의 감옥에서 탈옥중이지만, 그 탈옥은 아직 진행중이다. 마음의 감옥은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았다.  (155페이지)

 

 

제목이 제대로 찍혀있지 않는 책이 왔다. 왠지 일부러 그런것 같지 않는가.

 

 

책 속에서 그들이 말하는 독백은 자신의 이야기에서부터 마지막에는 늘 민형에게로 향하고 있다. 또한 민희에게로. 사람은 다 자신의 일이 먼저인 법이고, 모든 생각들도 자신의 위주로 이어진다. 책에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나오고, 어쩌면 우리가 우려한 일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한 가족이어도 자신이 먼저인 가족,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때 그에 대처하는 법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때로는 위선으로 가족을 대하고, 또는 불편한 진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마음의 허무를 느껴도 결국엔 이해할 수 밖에 없는 게 또한 가족이 아닐까 한다. 따로 또 같이 제각각 다른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독백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듯 그들의 마음은 조금씩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고종석 작가가 말한 특별한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작품에서 보지 못한, 생소한 아름다운 단어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었다. 그 단어들이 주는 생소함을 찾아보는 기쁨이 컸고, 새로운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색연필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그만큼 문장과 함께 새로운 단어를 알수 있는 책 읽는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나는 다만 작가의 절필 선언이 안타까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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