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아리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림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고 자주 찾아 읽기도 하는 편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책 속에서 화가라던가, 작가 라던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책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또 선호하는 내용들이 조선 정조시대의 일어났던 일들이다. 예인들을 사랑했고 신분을 따지지 않았던 정조의 생각, 이념들을 알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그러한 이가 있는 책을 만났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귀천을 가리지 아니하고, 예인을 알아볼 줄 아는 눈을 지녔으며, 한 마리 학처럼 고고하고 수려한 모습에 꽃각시라 불리우는 한 남자, 해평군 이 서가 그다. 스물다섯 살의 서는 자꾸만 눈이 가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려고 한다. 그 아이를 팔아넘기려하는 아비에게서 자신이 거둔 아이였다. 자신의 거처인 녹우당을 소제함에도 깔끔함이 이를데 없고, 그가 만들어 전해준 물건 하나에도 손끝이 야무졌다. 그 아이 연은 서가 정해준 아비 쇠놈을 따라 염방에서 염색하는 일을 좋아하는 아이. 그 아이한테 가는 마음을 붙잡을 수 없고, 서에게 와 봐야 천비인 그 아이는 첩실로밖에 올 수 없는 이유도 그랬고 그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줄 수 없어 마음을 애써 붙잡고 있었다. 그러한 연에게 그 아이의 부모는 짝을 맺어주고자 한다. 자신을 보듯 그 아이를 보고 있었던 터인데 이제 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내에게 기어이 연을 내주어야 할까.

 

연아,

너는, 너는 대체 나의 무엇일까?

 

네가 나의 무엇일까?

아니, 네가 나의 무엇일수 있을까?

 

내가, 너의 무엇이냐?

 

내가, 너의 사내이더냐?

 

 

자신을 거둬주었던 해평군은 연에게 상전이기에 앞서 자신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던 오라비였다. 서의 누이인 온경 대하듯 다정하게 대하는 이였다. 그런 그를 어느 틈엔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맑은 눈빛을 가졌던 소년에서 어느덧 사내로 자라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연은 서를 숨어서 쳐다본다. 다정하게 '연아' 라고 불러주던 오라비였던 그를 이젠 마주 대할 수가 없다. 자신은 천비, 서는 왕의 종친이기에 감히 그의 곁에 있을 수가 없다.

 

 

 

 

작가의 신작은 내가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시대적 배경이 예인을 아꼈던 조선의 정조 시대이며 주인공 해평군 이서는 왕의 종친이다. 작가의 주인공들답게 고고한 성정을 지녔다. 어린 나이에 혼인을 했고 일찍 상처를 했지만 기생이든 다른 이를 품지 아니한 품성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탐하지도 않으며, 예술을 사랑하는 이다. 그는 호생관 최북의 그림을 아꼈다. 그림의 가치를 알고 서화를 진정으로 아끼는 이였다. 뭇 여인들의 마음을 홀려놓고도 그는 그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냉정함을 지녔지만 연을 대함에 있어서는 마음에 격랑이 이는 이다.

 

 

이 책은 해평군 서와 연의 사랑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네 사람의 삶과 사랑도 엿볼수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최북, 검무를 추던 기생 도혜와 서의 벗 윤겸의 삶과 생각들이 그러했다. 그들을 통해 조선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었으며 사람의 도리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금상인 정조와 대비의 정치적 대립, 대비에게 붙어 권력을 취하려는 자, 천주학으로 엮어 사람들을 옭아 매려는 자들이 있는 정치적 상황 뿐만 아니라 신분제도에 대해서도 알수 있었다.  

 

 

또한 작가는 연의 손을 빌어 염색하는 이의 마음을 알게 한다.

우리들 곁의 지천에 깔려있는 식물이나 꽃으로 몇번의 수고를 거친 뒤에 색을 입히는 염색을 하는 이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색으로 거듭나는 그 과정들을 겪으며 조선의 한낱 천비이지만 자신의 일에, 자신의 마음에 자존감으로 거듭나는 면모도 보여주고 있었다. 색색의 천들이 걸려 있는 정경들이 저절로 그려지고 있었다.

 

 

책을 읽는데 내가 아는 조선의 그림들이 머릿속으로 계속 떠다녔다.

한 폭의 그림을 상상하게 하는 책이었다. 호생관 최북이 서에게 그랬다. 사람의 마음은 물과 같다고. 흘러야 한다고. 어디로든 흘러야 사람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고.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고여있지 않고 물처럼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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