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설흔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설흔 작가를 동화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로 만났었다.

그래서인가 그를 동화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런 역사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게 생소했었다. 하지만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와 이 책 『책의 이면』을 읽어보니 그는 역사을 아주 좋아하고 역사 서적을 아주 많이 읽은 작가라는 걸 알겠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가 글쓰기를 통해 우정을 논하고, 우정을 통해 글쓰기를 말하고자 한 것이었다면, 『책의 이면』은 책이 사람을 말하고, 사람이 책을 이야기하는 책에 관한 글이다.

 

 

책이 사람을 말하고 있다. 예를들면 '나'『근사록』이 조광조를 말하는 식이다. 성인을 꿈꾸었던 조광조가 임금을 자신이 원하는 성군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세운 목표에 눈이 멀어 임금의 얼굴이 변하는 모습을 알아보지 못해 임금에게 내침을 받아야 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도 임금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던 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총 24편의 책이 나온다.

책에서 주로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박지원 등이다.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제도할 학문을 하는 것, 그것이 남자가 이루고픈 궁극적인 꿈이었다. 물론 쉽사리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남자의 키는 작았고, 신분은 극히도 초라했으니. 하지만 남자의 좌절을 몰랐다. 서얼로 태어나 임금의 총애를 받는 몸이 되었으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남자의 소박하면서도 굳건한 믿음이었다.  (59페이지)

 

 

 윗 글에서는 채제공의 수행원으로 절친한 벗인 이덕무와 함께 중국을 돌아보고 자신의 경험과 주장을 더해 쓴『북학의』의 박제가를 말하고 있다. 유난히 사이가 좋았던 아내와 아들마저 잃고 시름에 잠겨 있다가 차라리 무사가 되겠다고 말한 박제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연산군 시절에 도루묵 논쟁 사건으로 유명한 『표해록』의 최부를 말한다. 예민한 연산군의 심기를 거스려 끝내 죽음에 이르고 마는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김홍도의 아들은 김양기가 『단원풍속도첩』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그렇게 왕의 총애를 받았던 단원이 연풍현감으로 임명되고부터 단원이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와 늙고 돈이 없이 누워있는 단원을 쓸쓸히 바라보는 소년 김양기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늙은 아비를 이해하기에 너무 어렸던 소년. 아비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늙은 아비곁으로 온 소년 김양기의 마음이 아려 나는 김양기가 그린 그림을 떠올렸다. 아비의 그림과 닮은 한 폭의 그림이.

 

 

24편의 책과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그 시대의 인물들과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임금을 향한 충이 임금의 불편한 심기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 걸 보면, 남녀간의 사랑이 기한이 있듯이 신하를 향한 임금의 사랑도 그렇게 변한 것이더라. 모든 것을 다 해줄 것 같았던 임금이 서운한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아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자신이 누군가를 변화시키겠다고 했던 것도 한낱 사람의 욕심일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욕심을 진작에 버릴 것을. 나중에야 후회해봐도 그 사람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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