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7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지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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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바뀌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이 평생의 은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인생을 나아갈 때 자신을 비추어 줄 나침반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처럼.

 

 

 

 

『늦여름』이 그랬다.

『늦여름』은 성장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생전 처음 알게 된 작가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그를 가르켜 프리드리히 니체는 "『늦여름』은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드문 작품이다."라고 까지 했다. 내가 읽어보니 알겠다. 순전히 '늦여름'이란 제목이 너무 끌려서 읽게 된 책인데 나는 굉장히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런 성장소설이 다 있을까 싶은 내용으로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이기도 했다.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무척 여러 갈래가 있지요. 뇌우가 저에게 인도한 이 길이 좋은 길인지 아닌지, 제가 이 길을 다시 걸어갈지 걸어가지 않을지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1권, 102페이지)

 

 

좋았다.

두 권의 책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주인공의 자연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자연에 대한 열망도 좋았다. 주인공이 여행을 가서 뇌우 때문에 만난 장미넝쿨로 뒤덮인 집에 사는 어른을 만나 점점 더 예술 작품에 대해 알게 되고 문학과 고전 예술에 대한 숭고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들이 어떨땐 경건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고전 작품이나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이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의 주인공은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그 모든 과정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예술 작품들을 받아들이는데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인공이 열여덟 살이 되어 부모를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수 있었을때 주인공은 여러 산을 여행하고 탐사하게 된다. 자연에 대한 섭리를 이해하고 공부하고자 함이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그가 여행을 떠났을 때 뇌우가 들이칠 것 같아 길을 가다가 장미 넝쿨로 뒤덮여 있는 아름다운 저택을 발견한다. 저택의 문을 두드리고 머리가 하얀 주인이 나와 저택의 내부를 안내해준다. 아름다운 대리석을 다치지 않기 위해 덧신을 신게 했고, 책방과 독서방 그리고 직접 지도하게 하는 예술품들을 복원하게 하는 목공예실까지 마치 가족처럼 안내했었다. 며칠을 그곳에서 편하게 묵고 꼭 다음 해 장미 필 계절에 방문해 달라는 주인 어른의 말을 듣고 그는 해마다 여름이면 아스퍼호프 저택을 방문해 아름답게 핀 장미의 아름다움을 누렸다. 그리고 장미가 활짝 핀 아스퍼호프에서 역시 손님으로 방문해 온 마틸데 부인과 부인의 딸 나탈리에를 만나게 되었다. 마틸데 부인과 나탈리에는 아스퍼호프의 주인 어른의 수양아들인 구스타프의 어머니와 누이였다. 아스퍼호프에서의 만남은 그의 평생의 인연을 만나게 된다.

 

 

나는 산꼭대기에 앉아 있을 때도 내 머리 위를 가득 채운 맑은 하늘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았어요. 단단한 바위를 건너다볼 때도 바위 위에 떠도는 향기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보았어요. 산에서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내려다볼 때도 대지를 감싼 정적 속에 당신의 얼굴이 떠 있었고, 심지어 집에서 식구들의 얼굴을 들여다볼 때도 당신의 얼굴이 어른거렸어요. (2권, 121페이지)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힘들을 완벽하게 발휘하기 위해 인생 경로를 선택해야 하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최선으로 위하는 길이 사회와 국가 전체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일 걸세.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지만, 따라서 자신의 길을 오로지 '인류에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선택하는 것만큼 큰 죄악은 없을 것이네. (2권, 274페이지)

 

 

 

주인공의 인생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인생의 스승인 아스퍼호프의 주인 어른은 어쩌면 작가 자신과의 모습과도 닮았다. 살아온 날들이 조금쯤은 닮아 보였다. 아스퍼호프 주인의 젊은 날의 이룰수 없었던 사랑을 주인 어른은 주인공을 보며 사랑을 이루기를 바랬고 그를 진정한 예술 작품과 문학 등을 사랑하게 만드는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방면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들을 스스로 알아가겠금 만들기도 했다.

 

 

이 소설은 삶에서 한 사람을 만나 많은 성장을 하게 되고 인생의 배필을 만나게 하는 일도 순간의 열정 때문에 덤벼들지 않고 기다림을 배우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또한 사람의 진정한 면모는 가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주인공의 배움, 예절, 인생에 대한 행로 등도 부모에게 배웠고 부모와 누이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여 다른 사람들을 대할때도 가족처럼 대했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내 책은 시대와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나는 세속의 욕구나 단순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글을 쓰기 때문이다. -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작가가 저렇게 말하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비슷한 감정들을 느꼈으리라.

이 작품이 1857년에 발표된 작품이란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은 19세기에 적혀진 작품이어도 오래전의 작품이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느껴졌다. 작가의 말처럼 시대와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으로 우리가 1세기가 지난 다음에 읽어도 이 책에 대한 아름다운 감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되어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이라니! 진정한 성장소설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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