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데, 옛날처럼 접하기 힘든 세상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고, 거기에 살을 보태서 들려주는 이야기꾼을 누구나 다 좋아했을 것 같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신기했을것이고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어떤 작가가 그랬다던가. 황석영 작가도 노벨문학상을 탈거라고 했단다. 그가 이름을 말했던 작가들이 다 노벨문학상을 탔다지. 그래서 조금은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이었던지 술술 읽혔다.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책을 썼다는 책의 배경은 '동학농민운동'을 하던 그 시절, 일본군이 민비 시해를 하던 아픈 시절이기도 하다.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선언을 했던 동학을 '천지도'로 바꿔 써낸 글은 진정하 사람의 도리, 사람들이 살아길 길은 어떤 길인가를 나타내는 글이기도 하다. 동학혁명이 일어난지 내후년이면 120년이라 한다. 얼마전에 여동생네와 함께 전봉준 피체지에서 하룻밤 묵고 왔었는데 그것 또한 인연인지 동학을 다룬 이런 책을 만난 것 같다.  

 

  

어찌 그와 함께 살았던 날을 하루씩 쪼개어 낱낱이 이야기할 수 있으랴. 나중에 그가 곁에 없게 되었을 때, 가뭄의 고로쇠나무가 제 몸에 담았던 물기를 한 방울씩 내어 저 먼 가지 끝의 작은 잎새까지 적시는 것처럼, 기억을 아끼면서 오래도록 돌이키게 될 줄을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88페이지) 

 

 

동학을 천지도로 바꾸어 나타낸 이 소설은 꼭 천지도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야기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의 화자는 연옥으로 시골양반과 기생 첩 사이에서 태어났다. 연옥은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떠난 이신통을 기다리며 객주를 하고 있지만, 그의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짐을 꾸려 그를 찾는 여정을 하는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있다.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열심히 공부했지만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이기도 하며, 신통방통하다하여  본명인 이신 보다는 이신통이라 불리운다. 그런 그가 전국을 떠돌다가 천지도의 도인이 되어 혁명에 참여하게 된다. 연옥의 이야기보다는 연옥이 이야기하는 이야기꾼 이신통의 이야기이다.

 

 

 

이신통의 행적을 좇아다니며 연옥은 자신이 몰랐던 이신통에 대해서 한가지씩 알게된다. 

누구보다도 총명했던 어린시절이며 그의 본가가 의원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에게 누이와 배다른 형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며 그를 곧 만날 것만 같아도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19세기 구한말은 격동의 시기였던 것 만큼 이들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봉건적인 조선의 신분 질서가 무너지며 근대화의 기로에 있는 시기에 민중의 동학 운동이라는 근대화의 의지가 담긴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현재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지 않는가. 진정한 이야기꾼에 대한 이야기였다.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계절을 아는 좋은 비라

한 봄을 맞아 내리는 구나!

바람 타고 남몰래 야밤에 오는 봄비

세상 만물 적셔도 소리는 전혀 없네  (175페이지,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 

 

 

영화 '호우시절'에서의 제목도 위 두보의 시에서 따왔다 했다. 계절을 아는 좋은 비, 이들에게도 이처럼 좋은 비가 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