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산책하다 - 문화유산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150년
김종록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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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장소, 예를 들면 서울에 갔을때 맨 먼저 우리를 반겨주던 곳, 서울역이나 명동거리를 쏘다닐때 엄숙하게 자리잡은 명동대성당 등.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장소에 근대의 역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가 모르고 다니는 것과 그곳에 대한 역사를 알고 가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역사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방문했을때는 그냥 건물의 모습과 주변의 경관의 아름다움만 알고 오는데 반해 책 속에서 역사적인 지식을 알고 갔을때는 우리가 그냥 지나칠수도 있는 곳을 찾아서 보게 된다.

 

 

우리의 역사를 좋아한다. 또한 역사적인 의미가 들어가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알게 되는 것도 좋아하고, 찾아다니길 좋아한다. 문화유산을 보며 우리 나라 선조들의 얼이 깃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며 저절로 숙연해 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아주 꼬맹이 때부터 데리고 다니며 오래전의 역사를 재미삼아 들려주면 그 장소에 대한 특별함이 더 생기길 바랬다. 그렇게 문화유산에 대한 책을 읽기 좋아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김종록이 '중앙SUNDAY' 인기 칼럼 '사색이 머무는 공간'에 연재한 취재기사를 대폭 보완하여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사에서 근대의 기점은 개항(1883년)이나 갑오개혁(1890년) 즈음으로 잡는다고 한다. 서울과 경기의 문화유산을 직접 찾아다니며 우리에게 근대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장소에 근대의 역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장소'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공간인 그 장소들은 찾는 이로 하여금 문화적 정체성을 느끼고 의식적인 애착을 갖게 한다. 우리가 수용한 근대의 원형이 있는 그 장소들에서 다채로운 나는 근대의 스펙트럼을 보았고 숱한 역사 인물들을 만났다.  (머리말 부분에서)

 

   

 

 

저자는 1장 교육, 문화와 2장 종교, 3장 정치, 외교, 금융, 4장 시설, 5장 생활 편으로 엮었다.

여러 건축물 중에서 성균관은 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친숙한 곳이다. 성균관은 전국에서 선발된 유생들이 유교 경전과 과거 과목을 커리큘럼으로 삼아 공부에 정진한 곳으로 요즘으로 치면 젊은 지성들이었다. 저자는 성균관을 소개하며 개화기때 성균관이 발 빠르게 신학문을 수용하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했다면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립 성균관대로 자연스럽게 맥을 잇게 되지 않았을까 아쉬워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 이야기만 나와도 즐거운가 보다.

교보문고에 대해 설명하며 저자는 책 이야기를 하는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이라서 줄을 그으며 읽게 되었다. 소리 내지 않고 책을 읽는 묵독 습관 또한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이전에는 개인이건 단체건 주로 낭독하는 것이 관례였다. 깊이 침잠된 상태에서 눈으로만 책을 읽는 행위는 일종의 주술로 여겨져 금기시되었다.(50페이지) 를 대목을 보며 지금도 낭독을 했다면 여러 사람들에게 굉장한 피해를 주었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때 굉장히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던 터라 지금처럼 묵독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낭독함으로써 책 내용에 대해 외우게 되는 효과를 거두어 더 깊이 알게 되었을수도 있을것 같았다.  

 

명동대성당

 

 

선진국에서는 집을 살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도서관이라며 국립중앙도서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2001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체體要節』을 최초로 발견한 이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 박사라는 걸 설명하며, 정보 중개자로 통하는 도서관 사서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또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 의궤 297권이 2011년에 임대형식으로 145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되었던 강화도 외규장각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얼마전에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외규장각 전시를 할때 다녀와서 인지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의궤란 왕실의 혼례, 세자의 책봉, 왕실의 장례, 궁궐의 건축과 같이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의 전말을 그림을 곁들여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귀한 서책을 영구 보전하기 위해 설치한 규장각 부속 도서관이 강화도 외규장각이다.(265페이지) 저자는 강화도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고 말한다. 127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강화도는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간직한 보물섬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외규장각이 있었던 곳이고, 한 걸음만 떼어도 문화재가 문화재가 밟힌다는 강화도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이제 지도를 펼쳐놓고 책속에서 언급한 우리와 가장 가까운데부터 찾아다니다 보면 저절로 역사 공부도 되는 수학여행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서울과 경기 지역을 주로 실어서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는 다시한번 서울행을 결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자주 갈수 없는 곳이기에 약간 아쉬움도 들었다. 

 

 

이제, 책 속의 장소들을 직접 가거나 책 속에서 보게 되면 근대의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애틋한 마음도 들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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