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카고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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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선희가 그 골목안에서 골목안 사람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그 골목. 미군 기지가 있는 곳의 기지촌. 그 골목안에서 선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이곳은 행복하지만은 않다. 아주 오래전에는 한국 여자들이 많았다면 이제 이 골목엔 외국에서 온 여자들이 더 많다. 필리핀에서 러시아에서 온 사람들. 돈을 벌러 와 많은 돈을 번 것 같지만 가족이 있는 필리핀에 보내고 나면 달랑 티셔츠 2개, 청바지 하나 뿐인 삶을 살기도 한다. 클럽에서 미군들을 상대하는 여자들은 미군들과 사랑에 빠져 같이 살지만 어느 순간 미군은 떠나버리고 남은 건 초라한 자기 자신과 아이들 뿐이다. 미군들이 있어서 골목안이 활기가 차는 곳. 미군들이 있어서 돈을 벌 수 있는 그 골목안을, 열두 살의 선희가 우리를 그 골목 안으로 안내하고 있다.

미군부대앞 '리틀 시카고'라고 불리우는 그 골목안에서 태어난 선희는 어느 새 열두 살이 되었다.

 

열두 살의 선희에게는 혼혈아 인 미카 라는 친구가 있고 러시아에서 온 타샤 라는 언니도 있다. 양복점 할아버지와 트롬본을 잘 부는 잭슨 할아버지, 아빠의 레스토랑에서 번 돈을 다 필리핀으로 보내는 필리피나 언니, 클럽을 운영하는 아줌마의 딸 세라와도 친하게 지낸다. 또한 쉼터를 차려 운영하는 존 목사님도 있다. 미세스 정이 텃밭에서 하는 장미 묘목을 다듬는 일을 도운다. 선희가 매일 하는 일은 엄마의 무덤에 찾아가는 일이다. 날마다 엄마의 무덤에 찾아가 엄마에게 말을 걸고는 한다. 그러면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곳은 사람 살데가 못된다고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하다는 걸 알겠다.

 

 

문제는 죽는 게 아니라 사는 거야. (143페이지 중에서)

 

 

미군이 떠나게 된 그 골목에서 이제 하나 둘 가게 들이 불을 꺼지고 있다.

엄마의 무덤이 있는 곳, 죽은 아이들, 기지촌 그 골목안의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공동 묘지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없어지게 되었을때 선희는 공동묘지가 없어지는게 싫어 그곳에 빨강, 노랑, 분홍 등 색색의 장미를 심는다. 미세스 정의 창고에서 장미 묘목을 훔쳐 매일매일 염원을 담아 장미를 심었다. 무덤이 그대로 있었으면 하고 바래서. 그곳에 묻힌 엄마의 영혼과 아이들의 영혼이 헤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세스 정의 텃밭에 심었던 장미와는 또다른 장미였다. 매일매일 비료를 넣어줘야 하고, 말라 죽을까봐 물도 줘야 하고, 온 정성을 다해 가꾸며 숨죽이고 기다려야 하는 장미였다. 곧 쓰러져 죽을 것처럼 잘 살아내지 못했던 묘지의 장미 묘목들이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낸 것처럼, 그리고 화사하게 꽃을 피웠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 골목 안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성장을 했다. 선희도, 이 책을 읽는 우리도.

 

 

P.S.

1. 나는 소설 속 미카가 여자아이 인줄만 알았다. 남자 아이라고는 생각을 안해 본게 너무 우스울 정도였다. 미카가 남자 아이란걸 알게 된게 줄리 아줌마가 찾아 왔을때 '남자 친구'라는 말을 해서이다. 왜 나는 선희 곁에 있었던 친구가 당연히 여자 아이라고 생각했을까.

 

2. 65페이지 선희가 힐러리 여사한테 편지 쓴 부분에서 '이선희' 라고 되어 있고, 156페이지 빨간 머리 미군이 아빠한테 시계를 선물해주며 '미스터 박'이라고 했는데 미군이 아빠의 성을 잘못 알고 있었단 얘기인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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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8-08-0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카가 여자아이 인줄 알았습니다. 남자아이인줄 알고나서 살짝 당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