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연인들 1
나자혜 지음 / 가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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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때부터 그의 체스 경기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린 어린 소녀. 체스 경기를 보고 또 보고 그가 체스하는 모습을 그리며 그에 대한 마음을 달랬다. 열여덟 살때도 마찬가지. 인권 변호사들이 주최하는 자선 파티에 그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다. 멀리 한 귀퉁이에서 그를 바라다 보고 있는 그녀. 그 역시 파티를 즐기지 않는지 외로이 서 있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뚫어져라 쳐다 보던 그가 발을 움직여 그녀한테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거의 다가왔을때 한 여성이 길을 막고 그에게 그녀를 가리키며 말을 하고 있었다. 정원으로 나가게 된 두 사람. 몇일 있으면 자신도 같은 날 생일이라며 생일 선물을 그에게 건넸다. 생일선물을 팽개친 그는 그녀의 진심까지도 내팽개쳤다. 수많은 여성팬을 달고 다니는 체스 마스터  석주 레오 한과 그의 팬들중에 하나였던 우혜린.

 

 

그후로 5년뒤, 게임 인공지능 체스 두는 컴퓨터 프로그램 '미네르바' 프로젝트 팀장인 혜린. 미네르바와 레오 한과의 체스 게임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된다. 하필이면 자신과 석주의 생일이 같은 날. 같이 점심을 하게 된 두 사람, 계약을 성사 시키는 책임을 갖고 왔던 혜린이 그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준다. 다시 만났을때 석주가 자신을 못알아 본 줄만 알았다.

 

 

영화에서 몇번인가 체스 게임을 본것 같다.

체스 게임은 잘 모르겠고 말을 움직이며 경기하는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하는 장기와 비슷하다는 것. 64개의 네모가 있는 게임판에서 서로의 퀸와 킹을 지켜야 하는 전쟁 게임이라는 것. 체스를 소재로 한 소설이 이토록 재미있을수도 있구나. 체스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잘 몰라도 소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 전개에 쏙 빠지게 된것 같다. 체스 게임에서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살기를 느낄 만큼 집중해서 게임을 하는 한석주의 승리를 기원했다. 물론 내 예상과는 달리 체스 그랜드 마스터인 한석주가 체스 컴퓨터 프로그램인 미네르바에게 지기도 하더라.

 

 

작가가 아마추어 체스 플레이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체스를 두는 사람, 체스 때문에 사는 사람, 체스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심리와 게임 방식에 통달한 사람처럼 보였다. 체스를 가지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들까지도 전문가적인 지식이 보였다. 또한 체스를 두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한석주의 모습과 한 여자에 대한 무모할 정도로 빠져드는 사랑을 너무도 잘 표현했다. 남자에게 이런 사랑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여자 오혜린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수없이 한 것 같다. 체스를 둔 사람들의 암투 또한 사랑과 질투의 발로 였으니 우리가 사는 것의 많은 부분은 정말 사랑때문에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그 순간부터 사람은 얼마만큼 이란 걸 따지게 되는 것인지. 내가 다가서는 만큼 상대도 다가와주기를, 이별이 나를 힘들게 하는 만큼, 꼭 그만큼 상대도 힘들게 해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 마음이 상대의 마음보다 더 깊고 간절한 것 같으면 불안함에 뒤채게 되었다. 연심이 짙어질수록 신기루처럼, 아련한 풍경처럼, 멀리 서 있는 상대를 향한 야속함도 무거워져 갔다. (1권 157페이지 중에서)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로맨스 소설이면서 한 남자의 인생을 담았다.

그의 어두웠던 어린시절과 체스를 하게 된 동기, 과거를 되새기면서도 잊지 말자고 했던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 한 여자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법 등. 아이같은 무모함이 있고 사랑앞에선 떼쟁이 같지만 그 마음속 깊은 곳은 누구보다도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마음을 내비치지 않았을 뿐. 그런 그가 혜린에 대한 마음으로 끝없이 고민하고 사랑을 주는 모습이 부러웠다.

 

 

오랜만에 정신없이, 쏙 빠져서 읽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도 한동안 책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여운이 짙은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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