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십자가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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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한지 십 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보여주는 일기 정도에서 시작한 것 같다. 주절주절 소소한 일상들을 적다가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느낌들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블로에서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보여주는 일기에, 책 리뷰 등에 댓글 등을 남기며 서로 그렇게 친해졌다. 사람이 친해지면 개인적인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은 어땠어요. 어디를 가요. 어딘가를 다녀왔어요 등등. 사진을 올리며 얼굴을 알리고 실제로 몇 번 만나보기까지 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만 알다가 실제로 만나 친구나 언니 라고 부르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기를 몇번. 그냥 가상세계에서 끝날것 같은 만남이 십 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면 이것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또 그 만남을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서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야 하고, 공통된 화제가 있어야 하며, 일년에 몇 번씩이라도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안 무심했던 사이여도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카톡이라나는 메신저 기능이 있어 멀리 있되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지내고 있다.

 

 

제프리 디버의『잠자는 인형』을 읽고 소설속 사람의 몸짓을 보며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동작학 심리 전문가 캐트린 댄스의 활약에 완전히 반해버린 작품이었다. 이번 책 또한 캐트린 댄스 시리즈라 더 기다렸고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도로변 십자가』에서는 블로그 상에 올려 놓은 글과 그 글에 관한 댓글에서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지는지, 어떤 것을 무서워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 그 사람의 행적들이 그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 사람의 아이피 주소만 알면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다 알수 있고, 또 인터넷 상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면들을 너무 많이 노출하고 있다. 그것이 범죄에 관련되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모른채. 가상의 이름만 적으면 모를거라는 생각하에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서슴치 않는다.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만 왕따가 있는게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한 줄의 글과 몇 마디의 댓글에서도 왕따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상처받은 사람이 범죄를 일으킬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그렇게 왕따를 당한 이가 범죄자로 몰릴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억제된 감정은 거의 언제나 몸짓으로 드러난다.  (48페이지 중에서)

 

우린 온라인에서 개인정보를 너무 많이 풀어놓고 있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89페이지 중에서)

 

 

과거 최약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아들이라고 불리웠던 다니엘 펠의 심리를 꿰뚫고 사건 수사에 나섰던 캐트린 댄스가 이번엔 도로변 십자가에 사람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 죽음을 예고하고 어느 한소녀가 죽을 뻔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부보안관 마이클 오닐과 수사를 함께하는 캐트린 댄스는 첫번째 죽을 뻔한 소녀 태미를 사건을 수사하던중 컴퓨터 전문가이자 교수인 조나단 볼링의 도움을 받아 태미가 주로 어디 사이트를 다녔는지 소녀의 행적을 조사한다. 사십이 넘어서도 싱글인 조나단 볼링 교수와 왠지 핑크빛 로맨스를 선사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와중에 다니엘 펠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요원 후안 밀라의 안락사를 도왔다는 용의자로 캐트린의 어머니 이디 댄스를 지목하면서 캐트린은 어머니를 보호하고 싶으면서도 도로변 십자가 사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잠자는 인형』에 비해서 『도로변 십자가』는 걸어다니는 거짓말 탐지기 캐트린 댄스의 심리전문가의 역할이 생각보다 덜했다. 법 집행관이자 수사 요원으로서의 활약이 더 많았달까. 하지만 수사요원으로서의 캐트린 댄스의 역할은 빛을 발한다. 제프리 디버의 추리소설의 반전은 우리의 허를 찌른다. 그의 작품을 읽어 왔던 사람이라면 살인을 저지르려 했던 살인범이 나와도 이게 아닌데, 뭔가 더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이 있다. 또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켜 준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반전의 반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이들, 스스로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실제 세상보다는 게임속 세상에서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과 가족을 이루며 인터넷 세상에서는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사람을 칼로 베고, 총으로 죽이는 게임이 많다는 사실에 난 두려움을 느낀다. 실제로 게임에 빠져 살았던 학생이 게임속인지 실제 세상속인지 분간을 못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있었다. 게임에 빠져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아 아이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들 녀석이 피파 게임만 하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 『도로변 십자가』는 우리들에게 인터넷 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적지 말라는 일종의 경종을 울려준다. 익명을 쓴다는 이유로 인터넷 상에서 언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는 걸 느낀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그 상처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댓글 하나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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