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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박봉의 공무원으로 네 아이를 키우셨던 아빠. 가진 게 없었기에 더 버거우셨으리라.
매주 주택 복권을 구입하셔서 주말이면 맞춰보시며 1억원의 꿈을 꾸셨다. 전혀 안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것. 그 시절의 조그만 희망이었으리라. 그때는 주택복권이었고 요즈음엔 로또가 유행이다. 나 또한 로또를 몇 번인가 사 보았다. 특별히 우울한 날이나 사무실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아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을 때 몇 번 구입해놓고는 일주일간 행복해 했었다. 혹시나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이러저러하게 써야지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었다. 그런데 안되더라. 불로소득은 내게는 너무 먼 당신이더라. 지금도 가끔씩 로또에 당첨되는걸 꿈꾼다. 로또를 구입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지.
이 책은 프랑스의 카피라이터로 유명한 그레구아르 들라쿠르가 로또에 당첨된 마흔일곱 살의 여자 주인공 조슬린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담았다. 아름답지도 날씬하지도 않는, 더군다나 남편에게 그다지 사랑받지도 못하는 듯 보이며 수예점을 하는 조슬린에게 로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웃에서 미용실을 하는 쌍둥이 자매는 조슬린과는 다르게 로또 매니아이다. 그녀들 때문에 우연히 구입하게 된 로또가 당첨되어 버렸다. 당첨금을 받아 온 조슬린은 그 많은 270억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래된 신발 밑창에 네 번 접어 숨겨 놓는다. 그런데 남편이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그후 남편 조슬랭은 신발 밑창에 있던 당첨된 수표를 가지고 타국으로 달아나 버린다. 조슬린Jocelyne의 'e'를 긁어 뺀 조슬랭 Jocelyn으로. 이럴때 조슬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편이 수표를 가져가기 전 그녀는 자신이 욕망하는 리스트를 적어 보았었다.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 예를 들면 샤넬 백이나 에르메스 스카프를 사고 싶다던가, 남편과 어디 여행을 가고 싶다던가, 두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하는 것등. 조슬린의 리스트를 보며 문득 내 욕망의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 볼까 싶었다.
내 욕망의 리스트
지겨웠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에게는 휴가를 내게 해 아이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는 것.
아빠한테 깨끗한 집 한 채 사드리는 것, 소일거리하시게 쬐그만 밭도 사드리면 더욱 좋겠지.
광주 근교에 조그만(10평짜리 정도) 한옥집 하나 지어 신랑 주어야지. 역시 조그만 밭 하나 있어야겠지.
조슬린처럼 샤넬 백을 하나 사고 예전에 배우 이영애가 들고 왔다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정판 백도 하나 사야지.
발이 아프겠지만 지미추 구두 몇 개쯤.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옷, 스마트폰, 신발 등등.
아이들 이름으로 예금 통장 만들어주기.
신랑에게 줄 SUV 차량.
내가 갖고 싶어하는 책들, 예를들면 진작부터 리스트에 들어 있는 최명희의 <혼불> 세트를 갖고 싶고,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세트>도 갖고 싶다. 새로 나온 것들 마다 다 구입하는 거지.
우리의 노후를 보낼 예금 통장 하나.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또 뭐가 있을까?
책의 뒷편에 보면 옮긴이의 말에서 어느 유명인사가 '나는 돈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것은 돈이 부족한 것이다.'라고 했다던가. 우리가 돈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 정도는 어느 만큼일까. 자신들이 현재의 수입에서 조금 더한 금액일까. 돈이 많으면 사람들은 딴 생각을 한다고 한다. 돈이 많기 때문에 곁에 있는 소소한 일상 보다는 다른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예를 들면 배우자를 놔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 등.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는데 우리는 너무 돈의 노예가 되고 있지는 않는지. 로또에 당첨된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에만 행복했지 다들 불행하게 산다고 들었다. 그렇게 사이 좋았던 사람들도 이혼하고,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기까지 하고, 그 많던 당첨금을 다 탕진하고 금새 빈털털이가 되는 것. 오히려 로또에 당첨되기 전부터 훨씬 불행한 삶을 산다는 말을 듣고 난 1등 보다는 소소한 금액인 2등에 당첨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 돈이면 조금 부족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더 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을 잃지 않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아,,, 그나저나 오늘 퇴근하면서 로또나 사 볼까?